청솔고개 떠난다 산 아래 대숲을 빗속을 헤치고 지난다 운무(雲霧) 자욱한 옥룡암자를 쫓아온다 나를 청솔고개 너머 보이는 쉼터까지 빗속의 암자의 옴마니반메훔이 참 좋다 나는 빗속 산길을 걷는 게 세상 제일 좋은 거 이렇게 걷는 거 끝없는 길을 이생에서는 외롭지 않다 결코 빗속 길은 혼자 걸어도 말 걸어온다 비가 내게 또닥또닥 토닥토닥 추적추적 하고 어루만진다 내 얼굴을 보슬보슬 포슬포슬 비가 최선의 위무(慰撫) 상큼하고 말끔한 들린다 빗속에서는 바로 옆에서 암자의 머언 염송(念誦) 두드린다 문 없는 문 내 마음의 문을 깊고도 세게 취한다 법문(法問)에 법당 청솔고개에서 나는 길 없는 길을 걸으며 가없는 결가부좌(結跏趺坐)로 빗소리 안 하염없이 지는 깃솔갓 아래는 침잠(沈潛)과 적요(寂寥) 마음의 평정(平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