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과의 대화, "왜 말을 못하나요"
청솔고개
저만치 외따로 핀 꽃이 그립다
몰래 핀 꽃잎 하나
얼굴을 숨기고 있다
지는 꽃이 아름답다
날리는 꽃잎이 더 곱다
흩어지는 꽃잎이
바람 따라 쓸려간다
물길 따라 흘러간다
꽃잎이 가는 길을
물어본다
꽃길을 걷는다
꽃이 손 흔든다
나를 보고
살랑살랑
하늘하늘
꽃 속에 묻힌다
꽃의 박수에
꽃의 환호에
취한다
쓰러진다
꽃이 눈물 짓는다
외롭다고 슬퍼한다
말 걸어오지 않는다고
늘 들러리라고
꽃가지는 잡으면서
꽃 입술에 입맞춤하면서도
왜 말을 못하나요
왜 말을 못하나요
눈물 지으며 고백한다
보고팠다고
사랑한다고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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