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꽃과의 대화/ 지는 꽃이 아름답다

청솔고개 2023. 4. 20. 22:45

(詩) 꽃과의 대화, "왜 말을 못하나요"

 

청솔고개

 

저만치 외따로 핀 꽃이 그립다

몰래 핀 꽃잎 하나

얼굴을 숨기고 있다

 

지는 꽃이 아름답다

날리는 꽃잎이 더 곱다

 

흩어지는 꽃잎이

바람 따라 쓸려간다

물길 따라 흘러간다

 

꽃잎이 가는 길을

물어본다

 

꽃길을 걷는다

꽃이 손 흔든다

나를 보고

살랑살랑

하늘하늘

 

꽃 속에 묻힌다

꽃의 박수에

꽃의 환호에

취한다

쓰러진다

 

꽃이 눈물 짓는다

외롭다고 슬퍼한다

말 걸어오지 않는다고

늘 들러리라고

 

꽃가지는 잡으면서

꽃 입술에 입맞춤하면서도

왜 말을 못하나요

왜 말을 못하나요

눈물 지으며 고백한다

보고팠다고

사랑한다고

2023.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