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홀로 가는 길
청솔고개
마음이 어지러우면 산으로 향한다
산길을 걷는다
그 길은 늘 홀로 가는 길이다
조금은 외로운 길이다
고달픈 길이다
그래서 슬프지 않다
생각이 아득해지면 산으로 달려간다.
계곡 길을 걷는다
오솔 길을 걷는다
골바람을 맞는다
머리가 맑아진다
가을의 강물로 되어
가슴이 시리다
이 길 따라 가면 어디까지 갈까
가더라도 이고 갈 게 없구나
가더라도 지고 갈 게 하나 없구나
가더라도 두고 갈 게 없구나
가더라도 가더라도
내 남겨두고 갈게 하나도 없구나
다만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뿐
힘겹게 들이쉬는 내 생애의 숨소리뿐
홀로 가는 길 가면서 토해 낼 게 뭐 있더냐
한 생애의 헛기침
한 생애를 울리는 헛기침
한 생애를 토해내는
메아리 같은 울음
호올로 이 길 따라 가면 무엇을 만나랴
겨울나무 사이로 흰 눈을 만나랴
바람을 만나랴 구름을 만나랴
설목(雪木) 사이로 새 한 마리 만나랴
기어이 내
한 마리 새가 되어
구천(九天)으로 날아오르랴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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