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홀로 가는 길/ 바람을 만나랴 구름을 만나랴 설목(雪木) 사이로 새 한 마리 만나랴

청솔고개 2023. 3. 6. 23:18

(詩) 홀로 가는 길

                                                    청솔고개

 

마음이 어지러우면 산으로 향한다

산길을 걷는다

그 길은 늘 홀로 가는 길이다

조금은 외로운 길이다

고달픈 길이다

그래서 슬프지 않다

 

생각이 아득해지면 산으로 달려간다.

계곡 길을 걷는다

오솔 길을 걷는다

골바람을 맞는다

머리가 맑아진다

가을의 강물로 되어

가슴이 시리다

 

이 길 따라 가면 어디까지 갈까

가더라도 이고 갈 게 없구나

가더라도 지고 갈 게 하나 없구나

가더라도 두고 갈 게 없구나

가더라도 가더라도

내 남겨두고 갈게 하나도 없구나

다만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뿐

힘겹게 들이쉬는 내 생애의 숨소리뿐

 

홀로 가는 길 가면서 토해 낼 게 뭐 있더냐

한 생애의 헛기침

한 생애를 울리는 헛기침

한 생애를 토해내는

메아리 같은 울음

 

호올로 이 길 따라 가면 무엇을 만나랴

겨울나무 사이로 흰 눈을 만나랴

바람을 만나랴 구름을 만나랴

설목(雪木) 사이로 새 한 마리 만나랴

기어이 내

한 마리 새가 되어

구천(九天)으로 날아오르랴

                                            202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