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무들의 갈기처럼
청솔고개
겨울에
깊은 한겨울에
낙우송 숲을 찾아
홀로 찾아
차 한 잔 머금고
눈을 감는다
명상에 잠긴다
길고 깊은 침묵이다
대지와 나무의 깊은 호흡에
바람도 숨결도 멎는다
하늘 끝을 쳐다본다
끄트머리
나무들이 머리카락을 세우고 있다
하늘 끝 감아 도는 겨울바람에
머리카락을 곧추 세운다
분노의 분출인가
혼백(魂魄)의 흐트러짐인가
나무들의 갈기가 흩날린다
화가 머리끝으로 치미는가
겨울 내내
얼어 터지는
지상 만상(萬象)들의
울분 때문에
머리가 꼰지서는
분기탱천(憤氣撐天)으로
그리도
치솟는가
이제는
나의 혼백(魂魄)도
나무 되어
나무들의 구천(九泉)에서
하늘바람 타고올라
나무들의 구천(九天)까지
갈기돼 흩날리고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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