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회한(悔恨)/ 이번 생은 거의 망한 것 같다고 그러면 다음 생은 오는가 정말 오는가

청솔고개 2023. 3. 4. 22:35

        (詩) 회한(悔恨)                  

                                              청솔고개

 

그땐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정말 왜 그랬을까

천 번 만 번 되뇌고

만 번 천 번 이마를 찧어도

머리 감싸고 쥐어 뜯어도

모두 다 소용없는 일

모두 다 흘러 간 일

모두 다 돌이킬 수 없는 일

 

과거는 흘러갔다고

과거는 묻지 말라고

천 번 만 번 되뇌고

천 번 만 번 다짐하고

그래도 이제는 다 소용없는 일

나한테도 다짐하고

일기장에다 고백하고

꿈에서도 떠올리고

취해서도 떠벌리고

 

그래서 이생은, 이승에서는

이번 생은 거의 망한 것 같다고

그러면 다음 생은 오는가

정말 오는가

온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온다고 누가 언약이라도 했던가

온다한들 내가 알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알 수나 있을까

다음 생에 내가 태어난들

혹여 천만 분의 일의 행운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들

더 잘된다고 그 누가 보증할까

 

60년 전 먼저 가신

우리 증조할아버지는 종중 묘원에

한 줌 흙으로 주무시고 있으신데

증조할아버지께서도

과연 다음 생은 찾으셨는지

참 궁금하다

여쭤 볼 길 정말 없으니

오늘 저녁 꿈에나 나오셔서

증손에게 한 말씀 해 주소서

무슨 응답 하실까

증조할아버지께서는

그 인자한 용자(容姿), 준수하신 풍골(風骨)로

큰 미소 띠시면서, 긴 수염 쓰다듬으시며

멀지 않았다, 야야 니도

그리 궁금하면 곧 한 번

와보면 알게 아니냐

말씀하시면서

허연 도포자락을 휘날리면서

바람으로 구름 타고 훨훨 날으시며

멀어져 가실 것만

 

증조할아버지와 손잡고 아장아장

소 이까리 끌고

수리조합 도랑을

노란샤스 입은 사나이

흥얼거리던 그 시절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 그리움이

사무치는 그리움이

회한(悔恨)이 되어

내 다음 생이 될까

허허허

2023.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