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모든 흘러간 것들은 슬프다

청솔고개 2023. 5. 1. 23:33

청솔고개

 

아버지의 제자가

단상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세 번이나 불러드렸다

내게는 특별한 선생님이라고

내게는 정말 특별한 담임선생님이라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장 큰 분이시라고

 

아버지가 가시고 난 후

이런 이야기를 내가 들으니

왈칵 슬픔이 밀려온다

그리움이 솟구친다

아버지의 그런 제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데

아내가 울먹인다, 흐느낀다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이제야

실감한다

 

아버지가 그립다

사무치게 보고 싶다

왜 그럴까, 왜 이리될까

 

아버지가 가신 후에 깨달은 것 하나

 

모든 흘러가 사라진 것은

아름답고 그립다

슬프고도 애달프다

아버지도 아버지와 이어진 인연들도

아버지와 나도

아버지의 모든 것이 화악

한꺼번에 다가온다

내게는 하늘만큼 넓디넒은

텅 빈 자리로 다가온다

하늘의 천둥으로 남녘의 태풍으로

몰아쳐온다

천둥에 태풍에 나도 휩쓸려

흘러간다 떠내려간다                                 

 2023.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