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아버지의 제자가
단상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세 번이나 불러드렸다
내게는 특별한 선생님이라고
내게는 정말 특별한 담임선생님이라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장 큰 분이시라고
아버지가 가시고 난 후
이런 이야기를 내가 들으니
왈칵 슬픔이 밀려온다
그리움이 솟구친다
아버지의 그런 제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데
아내가 울먹인다, 흐느낀다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이제야
실감한다
아버지가 그립다
사무치게 보고 싶다
왜 그럴까, 왜 이리될까
아버지가 가신 후에 깨달은 것 하나
모든 흘러가 사라진 것은
아름답고 그립다
슬프고도 애달프다
아버지도 아버지와 이어진 인연들도
아버지와 나도
아버지의 모든 것이 화악
한꺼번에 다가온다
내게는 하늘만큼 넓디넒은
텅 빈 자리로 다가온다
하늘의 천둥으로 남녘의 태풍으로
몰아쳐온다
천둥에 태풍에 나도 휩쓸려
흘러간다 떠내려간다
2023. 5. 1.
'나의 노래, 나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갈래 길 (0) | 2023.06.25 |
---|---|
(詩) 소리들 外/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0) | 2023.05.29 |
(詩) 꽃과의 대화/ 지는 꽃이 아름답다 (0) | 2023.04.20 |
(詩) 빗속을 홀로/ 다시 혼자 걷다, 그 셋째 날 이야기, 빗물 고인 떡갈잎에는툭툭 빗방울 둥둥 심연에서 울리어오는 아득한 북소리 (0) | 2023.03.18 |
(詩) 홀로 가는 길/ 바람을 만나랴 구름을 만나랴 설목(雪木) 사이로 새 한 마리 만나랴 (1) | 2023.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