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두 갈래 길

청솔고개 2023. 6. 25. 17:08

두 갈래 길

청솔고개

 

당신은 어느 길을 걸으시렵니까?

여기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한 길은 이렇습니다.

국가 정원 급으로 잘 꾸며진 숲길입니다. 위험 표지, 길 안내 모두 잘 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반질반질하게 잘 다듬어진 데크도 있는 길입니다.

 

다른 한 길은 이러합니다.

표지판 하나 없이 그냥 그대로 나 있는 오솔길입니다. 그 길은 어디로 가는 지 그 종착을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울퉁불퉁한 돌 자갈 길입니다. 군데군데는 바위투성이입니다. 돌길입니다. 길에는 이끼가 덮고 있는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보이고 길 가 썩은 나무 등걸에는 벌레와 굼벵이가 구물구물합니다.

 

당신은 어느 길을 택하시렵니까?

 

확 트여 바람 소리마저 시원한 전망 좋은 능선 길 좋아하십니까?

바람마저 고요히 잠겨 있어 물소리 새소리 더욱 깊게 들리는 계곡으로 난 오솔길을 좋아하십니까?

이름도 알 수 없는 잎이 말라비틀어진 떨기나무도 드문드문 하고 모래 바람이 풀풀 날리는 황량한 사막 길을 좋아하십니까?

해당화와 방풍나물이 지천으로 자라나는 길가엔 동백꽃이 붉게 타고 비자림 숲 향내가 그윽하며 멀리 낙조가 온 바다를 물들이는 갯가 길을 좋아하십니까?

 

낙우송 숲속에 혼자 앉아 바람에 지는 깃 같은 잎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십니까?

때죽나무 하얀 별로 지고 있는 산길을 저물도록 걷고 싶습니까?

 

오늘 때죽나무 피고 지는 그날을 또 만났습니다.

오월이 한참 깊어가는 날입니다.

올해 처음 땀나서 계곡 샘물로 얼굴과 목을 훔치었던 날입니다.

오늘은 모차르트보다 자연의 전원 교향곡이 더 아름다운 숲길입니다.

[2023. 5. 31.기록]

                                                           2023.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