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그대는 누구입니까?

청솔고개 2023. 6. 26. 21:33

그대는 누구입니까?

                                                  청솔고개

그대는 누구입니까?

알 수 없나요?

낙우송 숲 채반 사이로 햇살 알갱이 쏟아지는 이 숲속에 홀로 가시렵니까?

 

가다가, 가다가 움막을 만나면 움막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가다가, 가다가 날 저물면 바위굴, 여우 굴에서 하룻밤 묵어가고

가다가, 가다가 집도 절도 못 만나면 옥수숫대, 짚베까리에서 하룻밤 목을 누이고 그러다가 별보다가 잠이 들고

가다가, 가다가 별도 달도 없는 밤이 오면 구름장을 이불 삼아 괴나리봇짐 팔베개하고

 

풍찬노숙 마다 않고 그냥저냥 서역 기행 떠나는 그대여!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별도 지고

내 육신도 지수화풍으로 홀홀히 지고, 지고 흩어지고

 

꽃이 피어있는 순간은 참으로 짧습니다.

꽃과 같이 피어 있는 그대의 시간도 너무나 짧습니다.

오, 홀로 가는 그대여!

                                                    2023.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