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난 비 청솔고개 새벽에 일어나 빈 몸으로 밤길을 걸으면 어둠에 함빡 젖어 든 비를 만난다 뼛골 깊이 고이는 서러운 시림에 따사한 체온이 엄마 품처럼 그리운 내 한 몸으로 인해 다만 천만 줄기 가녀린 빗살이 천만 순간의 인연을 얽어 짜고 노래한다 나는 작은 들새도 될 수 없고 더구나 황량한 산야의 한 마리 은빛 나는 노루도 될 수 없어 어느 미몽 새벽에 안개의 늪을 지나 해 뜨는 해변으로 아침노을을 찾아 갔으나 흐릿한 수평선엔 절망의 빗살들이 저주처럼 꽂히고 해변엔 핏빛 파도가 맹수처럼 검은 섬을 삼키고만 있었다 자꾸만 갈라지는 나 홀로 선 모래밭에는 끝없이 떨어지는 아득한 침몰 뿐, 나는 연방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윽고 어둠은 일체를 빨아들이고 걷힐 줄 모르는 빗살과 더불어 다가오나니 버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