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겨울 호수/싸한 향내 메밀꽃처럼 설화가 피어난 그 언덕으로.......

청솔고개 2020. 12. 7. 06:06

겨울 호수

                                  청솔고개

 

영아

밤마다 은빛으로 흐르는 강을 보아라

너의 영혼의 둥지가 어디메쯤 홀홀 떠나가는지

영아

이승은 서러운 사바세계

오렴

열풍처럼 몰아치는 오뇌의 잔해들을

너의 찬 눈물방울로 헤뭉개 버리고

이윽고 은하 빛 명멸하는 그 호수의

가장 깊은 곳

너의 영혼은 한줌의 잿봉지 되어

어디로 흐르는가

영혼들이 호곡하는 소리

너는 듣는가

한 마리 나비처럼

눈 쌓인 그 언덕으로 날아가려는가

영아

겨울 수선화가

눈 쌓인 언덕에 만발해 있는

그해 겨울 호수로

싸한 향내 메밀꽃처럼 설화가 피어난

그 언덕으로.......

[1976. 12. 진중 언덕에서]

                                         2020.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