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겨울날/천상의 연회장처럼 숱한 촛대에서 일시에 불이 밝혀진다

청솔고개 2020. 12. 7. 06:41

겨울날

                                    청솔고개

 

아카시아 나무의 등걸 위로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한 떨기 찬바람

 

산은 더욱 그 안온한 순수로

그 자리에서 존재하고

직립하는 강마을의

파아란 연기가

낮 안개 새로 어둠에 드리운다.

육지 孤島에서도

역광으로 부서지는

태양은 있단다

하늘 아래 그 동네

해발 400미터

 

다시는 탈출할 수도 없는

이 유형지를 창살 없는

감방처럼 내 존재의 모두를

영어시켜도

그래도 신은 최초의 은총을

허여하시어

정수리를 비추는

상오 11시의 역광

천상의 연회장처럼

숱한 촛대에서 일시에

불이 밝혀진다

[1980. 12. 19]

                    2020.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