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133

꽃그늘에 앉아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며, 인생이 가기로서니 세월을 탓하랴

꽃그늘에 앉아서 청솔고개 벚꽃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불현듯 떠오르는 상념 하나가 있다. 꽃을 너무나 좋아하시던 생전의 우리 어머니 모습이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허리가 불편하시어서 거동이 힘드셨다. 그 뒤 바깥출입에서는 소변 조절까지도 잘 안 되시었지만 꽃길을 모시고 가기만 하면 어린애처럼 좋아하시었다. 그럴 때는 결국 내리시게 해서 자리를 펴고 꽃그늘에 앉아서 눈처럼 지던 꽃잎을 함께 하염없이 바라보았었다. 이 봄, 꽃그늘을 보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며, 인생이 가기로서니 세월을 탓하랴!’ 하고 노래하고 싶다. 그래도 왠지 꽃을 보면 늘 서러운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져서 자취도 없이 흩날려 버릴 테니까. 문득 요즘 들어 하초에 기력이 떨어져 보행도 잘 못하시는 아버지도 어머니처럼 모시고..

청사초롱 꽃길/해가 지고 등불이 켜질 무렵, 큰집 가는 길은 청사초롱이 밝혀져 있는 꽃길이다

청사초롱 꽃길 청솔고개 해가 지고 등불이 켜질 무렵, 큰집 가는 길은 청사초롱이 밝혀져 있는 꽃길이다. 이 꽃길에서 신혼 시절, 벚꽃 흐드러지게 필 무렵 예비군복 입은 채로 내가 아내와 같이 함께 찍었던 사진이 기억난다. 39년이 지났다. 혼인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내가 예비군동원훈련으로 며칠 동안 아내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 애틋함과 아쉬움이란! 우리는 아주 앳되고 풋풋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전 근무지에서의 훈련은 며칠 동안 야영까지 하는 것이었다. 숙영지 옆 반변천을 흐르는 맑은 물을 지켜보면서 그 너머 피어오르는 꽃구름 사연을 아내한테 띄웠었다. 너무나 곡진한 내용이었다. 그전까지 내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심리적 갈증을 오직 아내에 투사한 것이다. 나의 존재감과 혼인에 대한 불안을 잠재..

꽃길 산행/오늘로 꽃길 걷는 산행 며칠 째다

꽃길 산행 청솔고개 어제 비에 산 아래는 참꽃이 많이 져 있었다. 빗물에 꽃잎이 뭉개져서 마치 화장지가 물에 풀어진 것 같았다. 그래, 꽃잎은 봉오리 시절, 활짝 피어서 폴폴 날리면 떨어질 때까지 참 아름답고 곱지. 그 뒤는 땅에 떨어져서 흙에 섞여 발길에 짓밟히면 참 보기가 안쓰럽지. 차라리 거친 바람에 멀리 날아가 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비 온 후라 연달래 꽃봉오리가 몽긋몽긋 돋아온다. 그것이 희망이다. 산행 후 식사하면서 아내가 아들에게 아들의 돌잔치 때 받은 반 돈짜리 돌 반지 하나를 건넨다. 외환위기 금 팔기 때 다 팔고 기념비적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이러는 아내의 심중을 난 조금은 헤아릴 것 같다. 내가 나중에 아내한테 “‘이거 나중 니 아이한테 꼭 전해 주렴’하고 당부라도 하지 그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