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로 청솔고개 산길로 접어든다. 초입의 대밭에는 이즈음에 볼거리가 하나 있다. 자고나면 날마다 두 서너 개씩 솟아나는 대순이다. 왕대밭에 왕대가 난다는 말처럼 처음부터 굵기가 아예 정해져 있다.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대순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떨어져 쌓인 댓잎 낙엽과 죽순 겉껍질 색깔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일단 눈에 띄기만 하면 하루하루 달라지는 그 왕성한 성장의 기세가 강인한 생명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대순이 돋아 오르는 데에는 좀 비릿한 향이 퍼져 있다. 그런데 오늘 이야깃거리 또 하나. 이 대밭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우리가 도착하자 인기척을 느끼고 마치 캥거루처럼 튀어 오르면서 산위로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 산에서 고라니와의 만남은 세 번째다. 뿔이 없는 대신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