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이 나이까지 살다 보니, 주변의 갑장 지인 한 둘이 타계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최대 몇 달 전에서 최소 며칠 전까지 얼굴 맞대고 대화하고 호흡을 같이하던 삶의 주체가 어느 순간 유(幽)와 명(明)을 달리하는 모습은 아주 비현실적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생각도 없다. 따라서 그에게는 우주도, 역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존재가 전제돼야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그 몇몇 사례를 통해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그 첫 케이스’ 우리 나이 50살도 되기 전 일이다.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던 중고등 모임의 한 친구가 솔가해서 야반도주(夜半逃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임에서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다. 모임에서 의견이 모아져서 회비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