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에 앉아서
청솔고개
벚꽃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불현듯 떠오르는 상념 하나가 있다. 꽃을 너무나 좋아하시던 생전의 우리 어머니 모습이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허리가 불편하시어서 거동이 힘드셨다. 그 뒤 바깥출입에서는 소변 조절까지도 잘 안 되시었지만 꽃길을 모시고 가기만 하면 어린애처럼 좋아하시었다. 그럴 때는 결국 내리시게 해서 자리를 펴고 꽃그늘에 앉아서 눈처럼 지던 꽃잎을 함께 하염없이 바라보았었다. 이 봄, 꽃그늘을 보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며, 인생이 가기로서니 세월을 탓하랴!’ 하고 노래하고 싶다. 그래도 왠지 꽃을 보면 늘 서러운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져서 자취도 없이 흩날려 버릴 테니까. 문득 요즘 들어 하초에 기력이 떨어져 보행도 잘 못하시는 아버지도 어머니처럼 모시고 나와서 이 꽃길을 동행하다가 꽃그늘 아래서 쉬시게 하고 싶다.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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