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꽃그늘에 앉아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며, 인생이 가기로서니 세월을 탓하랴

청솔고개 2020. 3. 31. 11:38

꽃그늘에 앉아서                                                                                                    

                                                                                             청솔고개

 

벚꽃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불현듯 떠오르는 상념 하나가 있다. 꽃을 너무나 좋아하시던 생전의 우리 어머니 모습이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허리가 불편하시어서 거동이 힘드셨다. 그 뒤 바깥출입에서는 소변 조절까지도 잘 안 되시었지만 꽃길을 모시고 가기만 하면 어린애처럼 좋아하시었다. 그럴 때는 결국 내리시게 해서 자리를 펴고 꽃그늘에 앉아서 눈처럼 지던 꽃잎을 함께 하염없이 바라보았었다이 봄, 꽃그늘을 보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며, 인생이 가기로서니 세월을 탓하랴!하고 노래하고 싶다그래도 왠지  꽃을 보면 늘 서러운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져서 자취도 없이 흩날려 버릴 테니까문득 요즘 들어 하초에 기력이 떨어져 보행도 잘 못하시는 아버지도 어머니처럼 모시고 나와서 이 꽃길을 동행하다가 꽃그늘 아래서 쉬시게 하고 싶다2020.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