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청솔고개
또 사월이다. 작년 사월 이맘때쯤, 그날도 아이와 같이 산행 동행 길에서 내가 참꽃을 한 잎 따다 입으로 씹으니 아이는 해롭다고 그러지 마라고 얼굴을 찡긋한다. 그래서 내가 어린 시절 장난삼아 놀이삼아 고향 마을 뒷산을 뛰놀면서 섭취했던 자연의 먹을거리를 있는 대로 말해 줬더니 참 신기해한다.
이즈음 봄날이면, 그래서 불현듯 참꽃방맹이를 한 손에 말아 쥐고 휘휘 돌리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내 입술은 참꽃 물에 멍들어 있고 그래도 초봄 날 궁기를 참지 못해 연신 참꽃 잎을 입에 밀어 넣었던, 내 열살 즈음이 흑백 화면처럼 다가온다.
숱한 기억들이다. 이어서 제일 많이 섭취했던 찔레의 연한 새순, 학교 뜰에 거목으로 자란 버찌를 따 먹으러 공일날 기웃거리다가 소사한테 들켜서 숨기도 했던 기억. 긴긴 봄날 학교 산에 해 저물도록 놀면서 참나무, 꿀밤나무 등걸이 썩어서 쌓인 나무가루 구덩이에서 찌깨벌레 큰놈, 작은놈, 새끼까지 올망졸망 다 찾아내었을 때 그 기분…….
이어서 칡 캔다고 곡괭이가 돌에 부딪쳐 퍼런 불이 풀풀 날리도록, 해 저물어 어두울 때까지 머물렀던 기억……. 뽕나무 오디의 핏물은 입술을 떡칠하고 나면 행여 행운처럼 찾아지는 산 새알, 물새알 둥지. 소 먹이러 가서 소나무 잔가지 꺾어, 겉껍질은 벗기고 연한 속피를 하모니카 불듯이 침을 줄줄 흘리면서 훑어먹었던 기억 등. 2020.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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