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산행
청솔고개
어제 비에 산 아래는 참꽃이 많이 져 있었다. 빗물에 꽃잎이 뭉개져서 마치 화장지가 물에 풀어진 것 같았다. 그래, 꽃잎은 봉오리 시절, 활짝 피어서 폴폴 날리면 떨어질 때까지 참 아름답고 곱지. 그 뒤는 땅에 떨어져서 흙에 섞여 발길에 짓밟히면 참 보기가 안쓰럽지. 차라리 거친 바람에 멀리 날아가 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비 온 후라 연달래 꽃봉오리가 몽긋몽긋 돋아온다. 그것이 희망이다.
산행 후 식사하면서 아내가 아들에게 아들의 돌잔치 때 받은 반 돈짜리 돌 반지 하나를 건넨다. 외환위기 금 팔기 때 다 팔고 기념비적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이러는 아내의 심중을 난 조금은 헤아릴 것 같다. 내가 나중에 아내한테 “‘이거 나중 니 아이한테 꼭 전해 주렴’하고 당부라도 하지 그랬어?” 하니, 아내는 아이한테 조금이라도 심적 부담을 주는 건 싫다고 한다. 그런 아내의 마음도 이해된다. 그래도 나는 속에는 ‘그래 얘야! 네 아이라도 있어서 이런 걸 그 애한테 줄 수 있으면 우리보다 네가 더 위로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은 든다. 2020.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