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母性을 위하여
청솔고개
도회 아이들의 낯빛으로
하아얀 별들이 까암빡 조을던
첫새벽에
차가운 고요함과 안개를 거나리고
동녘으로 찾아와서
나를 껴안아 깨우던
여명의 따가운 품속
하오나
건 어린 날 나를 안아 깨우시던
당신의 품속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한 가닥의 미풍에 물 찬 제비가 날아오르는
오후 여름날
나의 얼굴을 애무하던
푸른 들녘에 키 자란 샛잎들의 하날거리는 손길
하오나
건 어릴 제 내 둥근 얼굴을 애무하던
당신의 보드라운 손길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실비가 나의 얼굴을 간질이어 주던
가신 송낙 후에는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말리고
서산머리에 뻗이어 바람에 날리면서
하아얀 호수에 손을 담그던
색동 소맷자락
하오나
건 무릎 꿇어 두 손 모두아 고개 숙이던 설날
내 머리를 쓰다듬던 당신의 색동 소매는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강가 뽕밭에는
미새들이 깃 찾아 팔락거리고
배불린 어미 소는 뾰오얗이 잠긴 연내 마을을 울고
해거름은 나직이 밀려오는데
내 거닐고 있던
향내 없이 핀 해꼼한 가시 꽃 속
하오나
내게 뵈는 건 설익은 과일뿐이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강안 마을에 개짖는 소리 들리어
어둠이 대지를 감싸 안을 때
불그레한 달덩이 가을바람에 소르르 피어올라
뿜는 파아란 입김에 마른 오동잎이
싸라락 쌓이는 소리
하오나
건 어릴 제 연분홍도색
내 뺨에
입술 닿이을 제 당신이 뿜어온
따사로운 입김
그리고 눈 뿌리는 밤 내게 다가오는
당신의 옥색 발자국 소리는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주주리 뻗은 포플러 새 틔어오는
파란 빛 젖은 눈동자 속에서
끊이지 아니하고 흘러 내려오는 차가운 은하의 눈물
하오나
건 어릴 제 누운 나를 위해
밤새 베갯잇에 흘리오신 당신의 눈물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파아란 정밀이 까아만 단장을 하고
몰려오는 이슬 내리오는 밤이오면
밤새껏
나의 어머님
당신의 머리카락엔 찬 이슬로 가득하올 것이외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위 시는 1972. 가을. 동인지 <띠집> 4호 실린 것임.]
2020.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