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그 여름의 여행길/중국 황산 기행보고서 3

청솔고개 2020. 8. 19. 07:17

그 여름의 여행길/중국 황산 기행보고서 3

 

                                                                    청솔 고개

   2012. 8. 5. 일. 맑음 [셋째 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지난밤 어떻게 잠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심신이 아주 찌뿌둥하고 눅눅하다. 더구나 호텔 벽에 풀풀 거리며 날아다니던 벌레들과 스멀스멀 기어 다니던 작은 도마뱀 같은 것들에 대한 느낌이 상쾌하지는 않다. 밖으로 나오니 짙은 운무가 지척을 분간치 못하게 한다. 들어가서 호텔에 있는 방한·방습복을 다시 챙겨 입고 나왔는데 호텔 바로 옆이 일출 조망 장소다. 벌써 많은 탐방객이 나와서 조망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리가 또 저리다. 힘도 빠진다. 아무래도 일출은 못 볼 것 같았다. 우리 고전 작품으로 일출에 대한 빼어난 묘사를 남긴 연안 김 씨의 동명일기(東溟日記)가 생각난다. 결국 안개와 구름만 보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어디처럼 삼대의 덕을 쌓아야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곳인지.

   아침 식사 후 좀 걸어 나와서 케이블카로 하산했다. 자꾸자꾸 뒤돌아 보인다. 이 잊지 못할 풍광, 그 풍광이 주는 엄청난 감동, 내 생애 다시 한번 더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이란 이래서 매력적인가. 일회성. 풍광에 대한 탐욕이라고 욕해도 좋다. 내 눈에라도 진하게 이 풍광을 넣고 가자. 풍광에 대한 나의 욕심을 맘껏 채우고 가자.

   황산에서 내려오는데 입구를 막고 있는 대숲이 역시 장관이다. 시내에 접어드니 찌는 듯한 더위가 숨을 멎게 하는 것 같다.

   점심 후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시원하다. 반주 한 잔 걸쳤더니만 잠이 쏟아진다. 그냥 자버렸다. 이어서 죽세공품 쇼핑센터에 들렀다. 대나무로 하는 가공품, 식약품이 이렇게 다양할 줄 미처 몰랐다.

황산이여 안녕! 먼 산자락이 자꾸 눈에 밟힌다.

   다시 항주로 와서 저녁 식사 후 시간이 남아서 주변의 야경을 즐기는데 발과 다리가 너무 저리다. 그냥 주저앉고 싶다.

   이어서 송성(宋城) 가무쇼를 관람했다. 송성(宋城), 송나라 수도였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리라. 대단한 인파다. 가무쇼는 가장 중국적인 색채와 분위기는 돋보일 뿐 특별한 감흥은 없다. 천신만고 끝에 첫날 묵었던 곳에 투숙, 안면했다.

                                                                     202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