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그해 겨울 6, 나는 시대의 새벽길을 걸으면서 역사의 먼동 트기를 고대하는, 그해 겨울의 한가운데 아직 서있다

청솔고개 2023. 1. 30. 00:06

                                                                             청솔고개

   아버지는 근현대사 90여년을 겪으면서 이외로 진보와 개혁적인 성향을 보이셨다. 처음에는 그 세대로 사신 분으로서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평생 풍찬노숙(風餐露宿)하시면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으신 분이 몸소 체득한 결과로 얻으신 거라고 생각하니 무엇보다 그 뜻, 그 가치를 존중해 드려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와도 잘 통하셨다.

   6·25한국전쟁 참전 상이용사로서 국가유공자라고 치켜세워 드리면, “동족에게, 형제자매끼리 총부리 겨눈 게 뭐 큰 자랑이라고……. 내가 참전해서 쏜 총알에 일본 놈들이 죽었겠나? 중국 놈들이 죽었겠나? 따지고 보면 다 피를 나눈 동족인데, 그러니 동족상잔의 비극의 중심에 서 있었던 건데 뭐 큰 자랑이라고…….”하고 말끝을 흐리신다. 내가 국정교과서와 이념으로 무장된 교사들에게 배운 역사관하고는 차이가 있다. 오래 전 신라, 고구려, 백제도 적대적 관계로 있다가 결국 하나가 되었다. 우리 민족도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몇 년 만 있으면 분단된 지 80년이 다 돼간다.

   이제 더 이상 사상, 이념이 그 순수한 뜻과는 달리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 민족에게는 희망이 없다. 국가 공권력을 빙자해서 양심적인 민주민족통일의 기운을 부당하게 탄압해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

   모든 권력은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다. 그런데 A정권 때 그 정권의 영향력에 노출된 국가공권력이 B정권 때는 A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그 A정권에게 공정하게 행사하지 못했다고 변명한다. 그러면서 다시 B정권하에서 A정권의 잔재에게 새삼스레 국가공권력을 들이대는 것은 철저한 자기모순이다. 그 국가공권력은 A정권의 부당한 압력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세월 지나서 언젠가는 또 그 B정권의 부당한 압력을 운운할 수도 있다. 국가공권력이 이렇게 행사돼서는 안 된다. 얼마나 구차한 변명인가. 국가공권력의 행사는 추상같은 잣대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대의(大義)라고 한다.

   나는 시대의 새벽길을 걸으면서 역사의 먼동 트기를 고대하는, 그해 겨울의 한가운데 아직 서있다.      2023.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