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조선조 500년 역사의 평가에는 다양한 정답지가 있다. 아주 부정적인 평가에서부터 아주긍정적인 평가까지 그 스펙트럼은 아주 넓다. 성리학과 실학으로 표방된 유교이념은 조선 통치의 근본사상이었다. 혹자는 이 낡은 이념으로 인해 조선의 발전이 없었고 결국은 망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모든 사상(事象)에는 명암이 있다. 500년 동안 그 명암을 드리우면서도 왕조가 면면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무언가 대단한 원동력이 잠재해 있었다고 본다. 그 한 가운데는 참된 유교이념을 구현하려고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여기는 조선의 진정한 선비들이 있었다. 진정한 선비정신이 조선의 정신문화를 고양(高揚)시켰다. 선비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목숨처럼 중시한다. 그 대의명분은 양심에 의해 발현된다. 대의(大義), 즉 큰 뜻은 선비의 천하(天下) 경영(經營), 치국(治國), 제가(齊家), 수신(修身)의 근본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 대의명분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버리는 선비도 많이 보았다.
오늘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표방하는 정치지도자 중에 과연 몇 사람이 대의를 위해 자기의 목숨을 내 놓을 수 있겠는가. 그들 각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과연 나는 대의를 위해서 목숨을 던질 수 있는가? 던질 결심을 지니고 이를 즉각적인 실행에 옮길 용기를 지닌 사람이 지도자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런 지도자는 결국 자기희생(自己犧牲)의 화신(化身)이다. 가짜 양심과 가짜 대의를 지닌 인사는 결코 지도자로 표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현들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주창했다. 개인의 이익(利益)을 보거든 오로지 그 의(義)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 의(義)로움은 큰 옳음, 곧 대의다. 100여년의 근현대사를 통해 볼 때 공권력행사의 달콤함에 취해 이를 남용한 정치지도자의 말로가 과연 어떠했는가? 부디 공권력은 공평(公平)무사(無私)엄정(嚴正)하게 행사되어야 우리 모두가 산다. 결코 대의(大義)의 쓴 맛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해 겨울, 그 얼어붙은 강바닥에도 봄기운은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결코 요란스레 소리 내어 흐르지 않더라도 강심(江心)의 도도한 흐름의 참된 정신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23.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