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아재, 나의 아재 4
청솔고개
삼촌은 고향에서 공부할 때나 대학 다닌다고 떠나 있을 때나 고향 집안 형편이 여유가 있어서 씀씀이가 좋았다는 어머니의 투정 섞인 이야기를 자주 들은 것 같다. 형수의 처지인 어머니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아 주변의 인기를 독차지한 삼촌은 지난 50년대 말, 한 시대를 여유 만만하게, 자유롭게 보내신 듯하다. 내가 좀 커서 중학생이었을 때다. 고향집 골방에서 무슨 비밀 서류처럼 내가 찾아내 몰래 훔쳐보았던, 거의 한 궤짝 분량 쯤 되어 보이는 편지 뭉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하고 교유를 한 듯해서 그게 나로서는 참 신기하고도 부러웠었다.
삼촌이 병석에서 이렇게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누워만 계시는 걸 보니 지난 날 삼촌의 전화에 내가 좀 더 살갑게 대응해 드리지 못한 점이 더욱 후회가 된다. 그때 내가 그리한 것은 병원으로 요양병원으로 전전하시던 우리 아버지의 간병만으로도 내가 너무 버거웠었다는 게 그 이유라면 이유였다. 내 코가 석 자였다.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일방적으로 걸려오는 삼촌의 전화에 딱히 주고받을 대화 내용도 없었다. 그만큼 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삼촌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에 내가 먼저 지친 셈이었다. 마음만 늘 바쁜 나로서는 그런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하더라도 그리했다는 것은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좀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고 하시는 삼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내가 먼저 전화해 드리고 다가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삼촌은 아직 연세가 있으시니 이번에는 꼭 회복하시겠지만 만에 하나 이대로 못 일어나신다면 나의 상실감은 더할 것이다. 우리 아버지 보내드린 지 얼마 안 됐는데 아버지의 유일한 형제이신 삼촌마저 가시면 이제 생전의 아버지 뵙는 듯 삼촌을 뵙는다는 것도 무위로 돌아가 버린다는 생각이 가슴을 친다.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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