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 1
청솔고개
요즘, 손 편지라는 말이 있다. 편지면 그냥 편지지 손 편지는 또 뭔가? 내 손으로 쓴 편지를 말한다. 육필, 혹은 자필 편지다. 요즘 편지 하면 거의 폰에서 문자메시지, 이 메일을 가리키는데 손 편지가 새삼 각광(脚光)을 받는다. 무언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려 지난 날 방식으로 썼으니 오히려 주목 받는 것이다.
내가 받은 손 편지는 내가 유일한 독자다. 그 작가가 누구이든 유일하게 나만 바라보고 집필(執筆)한 것이다. 그 집필 시간만은 오롯이 모든 생각과 감정이 나를 향하고 있었음이 분명할진대 그와 나의 관계는 그렇게 소중한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군에 입대한 그해 여름 나는 훈련소에서 하루에 열일곱 통인가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 모두 손 편지다. 한두 통도 아닌 많은 편지가 하나하나가 나를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큰 감동이 어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때가 나의 가장 빛나는 청춘시절이었다. 이후 어린 시절 고향 친구, 각급학교 동기생 친구, 성인 이후 교유한 동료, 선후배, 지인들과의 손 편지 교류는 평생 이어졌다. 그 결과물은 모두 나라고 하는 한 특정인을 독자로 한 한 작가의 작품이다. 그래서 그 가치는 대단하다. 지중(至重)하니 평생 잘 보관하려고 애썼다. 사과 박스에 하나 가득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도중에 많이 멸실돼 버린 것 같다.
내 2, 30대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고백해야 하거나 실토해야 할 사연이 있으면 밤새 써서 이걸 부칠까 말까 고심한다. 그러다가 날이 밝으면 마음 변해서 부치지 못할까봐 자정을 넘기기 전 한밤중에 쪼르르 달려가서 눈 지끈 감고 우체통에 우겨 넣던 기억도 있다. 아니면 만취의 술기운을 빌려 손 편지를 된 풀로 꼭꼭 봉해서 우체통에 넣어버린다. 그 순간은 일단 나의 이런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 나를 그렇게 내 몰았던 것 같다. 그러다 아침에 깨고 나면 그 내용이 다시 떠올라서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내 속내를 너무 다 드러낸 것 같아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도 있다. 그 판단 불찰로 인한 나의 만용(蠻勇)에 스스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후회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이걸 제발 다시 회수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심하곤 했었지만 번번이 또 다시 그런 짓을 저지르고야 만다. 2023.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