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아그로돔 쇼,마오리 마을 2016. 9. 30. 금
청솔고개
07:00, 기상. 6시에는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는데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여기의 아침 풍광이 궁금해서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았는데도 동녘 하늘은 훤히 밝아오고 있었다. 하늘의 구름도 여명으로 훤히 밝아진 옥빛 하늘을 배경삼아 한층 여유 있어 보인다. 구름이 나를 보고 상큼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바로 앞 건물 옆 목조 단층 건물 지붕까지 훌쩍 넘겨 자란 이름 모를 꽃나무의 잔가지에 샛노란 꽃송이가 스며든 아침기운을 받아서 빛나고 있다. 마치 나를 보고 반기는 새벽별의 반짝임 같았다.
아침에 가이드 얼굴을 보니 어제의 좋은 인상이 상기된다. 가이드는 오클랜드에서 와이토모 동굴까지 3시간 반 동안, 오랜 빗길에 자칫 지루하게 여길 사람도 있었을 텐데, 타고난 입담으로 좌중을 폭소와 감동을 자아내게 한 것이 생각난다. 여행의 한 즐거움에는 이러한 유머가 한몫을 한다.
09:30, 아그로돔 쇼, 살아 있는 양들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공연장, 체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선보이고 있는 양들의 종들이 모두 19종이다. 상단 중앙의 Merino를 비롯해서 왼편은 Romney를 비롯해서 그 아래 순서로 5종, 오른편은 Corriedale을 비롯해서 그 아래 순서로 5종, 하단도 마찬가지 순서로 양들이 등단한다. 얼굴 생김, 체격, 털 색깔 등 모두 다른 양들이 잘 훈련받아서 그런지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다. 먼저 건장한 남자 한사람이 나와 양털 깎기 시범을 보였다. 털복숭이 양 한 마리가 드르륵 하더니 잠시 동안에 발가숭이가 돼버렸다. 털이 깎인 양은 아주 볼품없어 보인다. 마치 뜨거운 물에 튀겨져 털이 다 벗겨진 닭의 몸뚱이 같다고나 할까.
다음에는 양몰이 개 두 마리가 양들의 등을 타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어지럽게 주인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개 별명은 스토롱 아이라고 했다. 시범으로 불려 나온 양들은 어리숙하고 이를 다루는 개는 영악하기까지 하였다. 양몰이 개 시범으로 한바탕 야단법석을 떤 후, 깨끗한 건초가 깔린 우리속의 새끼 양들에게 젖병 물려 젖 주기 체험 순서인데 희망하면 들어가서 직접 우유를 먹여보는 것이다. 젊은 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참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참 좋아보였다. 모두들 자유롭게 새끼 양 우리 속에 들어가서 만져보고 안아보곤 한다. 어린양들은 털에 싸여는 있지만 어쩐지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 동안 차로 지나치면서 멀리서만 보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순하디 순해 보이는 어린양들이다. 한 금발의 아가씨가 젖소의 젖을 짜는 것도 보여 주었다.
이런 게 다 관광 상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여행은 뭔가 다른 것, 풍광, 기후, 언어, 음식, 현지인, 직업, 생활풍습, 식생 등의 다름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1:00, 로토루아 시청 공원을 찾았다. 이제 막 돋아 오르기 시작하는 파릇한 봄풀, 잔디, 화사한 봄꽃들, 특히 튤립이 너무나 예뻤다. 모두들 움이 트고 있는 품격 있는 나무들과 더불어 포즈를 취한다. 특히 잘 꾸며진 아고라나 출입문 조형물이 인상 깊었다. 늘 잔뜩 흐리던 날씨가 약간 개는 것 같아서 꽃의 화사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여기 봄꽃 시즌은 바로 내일인 10.1부터라고 한다. 여행은 늘 새로운 긴장감을 요구한다. 새로운 체험은 어쨌든 긴장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꽃이 화사한 공원에서는 잠시 그런 긴장을 늦추고 그냥 멍하게 있거나 쉬면되는 것이다. 일종의 힐링 시간 기능을 하는 것이다.
로토루아 시내의 거리를 지나가는데 가로수에도 이름 모를 봄꽃이 온통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었다. 날씨가 또 잔뜩 흐려져서 한낮인데도 도시가 어두컴컴해진다. 가는데 마다 이런 화사한 꽃더미라도 없었더라면 더 어두운 분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여기서는 햇빛 구경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강수량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11:40, 여기서 두 번째 크기라는 로토루아 호수 옆을 지나간다.
13:00, 항이 점심 요리를 먹기 위해서 와까레와레와 민속촌을 찾았다. 마을 전체가 온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로 멀리서 보니 마치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잘 꾸며진 길 따라 30미터까지 치솟는 간헐천의 허연 증기는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진흙열탕 북적북적 끓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이색적인 자연현상 탐구다. 회색의 진흙이 끓어 넘쳐서 주변의 나뭇가지나 목책을 모두 부옇게 덮어 놓았다. 세상에 정말 희한한 현상도 다 있다는 걸 체험한다. 이곳은 원주민 마오리 족의 마을이라서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목조로 지은 그리 크지 않은 전통가옥과 각종 공예품도 전시돼 있었다. 노랑, 분홍, 초록, 빨강 등 원색으로 꾸며진 집, 거리 등 마을을 한 번 둘러보았다. 오랫동안 원시 자연과 함께한 이 종족들의 인식과 감성이 그대로 이런 꾸밈과 색상에서 표출된 것 같았다.
이어서 마오리들의 전통 민속 쇼를 구경했다. 공연단원들은 대체로 몸통들이 아주 굵은 편이었다. 마치 레슬링 선수단 같은 인상을 받았다. 특유의 근육질 남녀가 나와서 단순한 동작과 노래가 곁들어진 공연이었다. 거기에서 그냥 우직한 힘이 느껴진다. 솔직히 나는 이런 종류의 공연에는 큰 흥미를 못 느끼겠고 다만 알 수 없이 중얼거리거나 고함치는 하는 노랫가락에 어떤 한과 절규가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무엇을 간절히 염원하는 주문과 같은 리듬과 멜로디였다. 다음은 그들의 독특한 음식문화로 온천지역의 지열을 이용하여 조리한 ‘항이’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재료는 옥수수 반 쪽, 닭다리, 육류, 감자 등이다. 이들을 호일에 싸서 온천 지열에 익힌 요리인데 맛은 담백했고 마치 우리의 닭백숙 요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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