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10일, 오전, 뉴질랜드 북섬 호빗마을, 알파카 농장, 2016. 10. 1. 토
청솔고개2020. 10. 30. 02:55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호빗마을, 알파카 농장
청솔고개
07:00, 기상. 간밤에서부터 새벽도, 아침도 모르고 곤히 잠들었다. 첫째한테서 제 할아버지 잘 계신다는 카톡 메시지 소식을 접하고 다소 안심이 됐다. 다행이다. 여명에 마당의 꽃나무들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오늘은 여기서 마지막 날. 드디어 로토루아를 떠나 오클랜드로 향발한다. 들고 간 유학체험기, 여행서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
09:47, 로토루아시내 가로수는 아직도 대부분 겨울나무다. 일부에서는 연두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생명의 빛깔이다. 중앙분리대 화단에는 파릇한 봄풀이 돋아나고 있다.
시외로 벗어나오니 또다시 이어지는 끝도 없이 광활한 초지다. 초지의 가에는 가느다란 울타리로 경계 표시가 연결돼 있다.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언뜻언뜻 보인다. 이 풍광도 오늘로서 내 눈에서 마지막이다. 이제 가슴속에서와 영상자료로 간직해야 한다. 그림과 같은 이 풍광을 이제는 두고 떠나야 한다.
사람이든 자연물이든 너무 집착하는 것도 과한 욕심으로 불행의 단초가 될 터이니, 두고 떠나는 것에 대해서 많은 미련을 두지 말자고 하면서도 자꾸 뒤돌아 보인다.
10:12, 호빗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호빗’ 촬영하기 위해서 원래 농부의 땅에 39채의 집을 지어서 촬영한 후 보존한 곳이다. 난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냥 스쳐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시간 관계상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지는 못했다. 그냥 호빗의 집 모형으로 된 입구 안내소에서 전시된 것 구경하고 기념품 구입 같은 걸로 마쳤다. 내겐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또다시 청정 푸름이 이어진다. 들은 완연한 봄이고 나무는 아직 반은 봄, 반은 겨울이다. 봄날 안의 겨울이다. 영산홍 꽃으로 꾸며진 울타리도 휙휙 지나친다.
11:40, 알파카 농장을 찾았다.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이며 가축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포유 강, 소 목, 낙타 과, 바쿠냐 속~’으로 설명돼 있다. 원산지는 볼리비아, 칠레 중심의 안데스산맥이다. 처음보아도 작은 키에 긴 목이 무척 친근감이 드는 인상이다. 표정이 약간 웃긴다고나 할까, 익살맞다. 편안해 보인다. 털을 이용해서 알파카 견직물을 생산한다. 체형은 라마와 비슷하지만 더 작은 편이고 야생 낙타 바쿠냐가 가축화된 것이다. 얼굴에 어딘가 낙타 인상이 풍긴다. 털 색깔로 보면 흰색, 갈색, 짙은 갈색, 검은색의 종류가 있다. 뛰어가는 모습이 약간 뒤뚱뒤뚱하면서 구름 위를 떠가는 듯하며 귀엽다. 안데스에 가면 야생 알파카를 구경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