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9일, 오후, 뉴질랜드 북섬, 레인보우 스프링스, 레드우즈, 2016. 9. 30. 금

청솔고개 2020. 10. 28. 18:39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레인보우 스프링스, 레드우즈

                                                                          청솔고개

 

   15:20, 마오리 민속마을을 나왔다. 출입문 입구 작은 강이 있는데 여기 흘러내리는 강물도 온천물이라서 현지인인지 몇몇이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노천탕인 셈이다. 다시 거리를 달린다. 하늘에는 여전히 회색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거리는 아주 조용하고 산뜻한 분위기다. 잘 정비돼 있다. 이때면 무성하게 피어난다는 포후투카와(pohutukawa) 진홍색 꽃이 곳곳이 흐린 날씨를 밝혀주고 있다.

   바로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레인보우 스프링스라는 이름도 고운 한 공원을 방문했다. 뉴질랜드 최대의 조류를 중심으로 보호하고 있는 지대다. 특히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고 야행성이라 시력도 퇴화돼 낮에는 어두컴컴한 굴에서 서식하고 있는 키위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키위류의 종류로는 ‘Brown Kiwi, Great Spotted Kiwi, Little Spotted Kiwi, Rowi Toketa’ 등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은 해 놓았지만 예상대로 직접 키위를 목격하는 행운은 내게 없었다. 그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조류, 도마뱀, 어류 등을 관찰했다. 이곳이 대륙과 멀리 떨어진 지정학적 위치로 그 생태계가 아주 독자적으로 발달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또한 이 나라의 큰 가치이기도 한 것이다. 송어류에는 엄청난 크기의 송어, 무지개 송어, 갈색 송어 등이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자라고 있다. 흰색 배때기에 회청색 대가리와 목과 가슴을 한 동글동글한 놈, 전체가 진초록색인데 정수리만 새빨갛고 뭉툭한 부리가 허연 놈 등 온갖 진귀하고 앙증맞은 새들이 눈길을 끈다. 대체로 작고 동글동글한 모양이었다. 알을 쪼아 부화를 하는 모아새의 모형과 해부구조물 전시도 특이했다. 주변은 거목이 띄엄띄엄 솟아 있고 사람 키보다 더 큰 고사리 숲이 펼쳐져 있다. 수로에는 오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도마뱀과 연어 떼도 보인다. 비슷한 종은 그냥 봐서는 이게 저것 같고 해서 구분이 잘 안 된다. 구분은 조류학자나 동식물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거진 관목과 각종 동물 등 뉴질랜드 고유의 자연생태계를 잘 관찰할 수 있다. 이곳의 특징은 자연 상태에다가 그냥 울타리나 길, 굴 등 서식지를 조성해줄 뿐 더 이상의 인공 손길은 최소화한 것이다.

   17:00, RED WOODS에 도착했다. 여기도 사람 키 두세 배 되는 고사리 천지다. 큰 고사리 가 깔린 이 숲길을 걸으면서 온갖 다양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높은 나무와 나무를 이어 놓은 출렁 다리를 건너본다든지 숲길 자전거 타기 등이 그것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적인 나무 수출 국가이다. 그 이유는 화산재 토양과 엄청난 강수량 등으로 지구상 가장 어린 이 나라의 토양이 나무 성장을 우리나라의 4배 정도 더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해 자라는 나이테 두께가 1미터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제법 커 보이는 나무 둘레를 재기 위하여 네 명이 붙어보았는데 절반밖에 덮지 못했다.

   원래 수종으로서 ‘RED WOOD’은 낙우송과에 속하는 상록침엽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원산지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알려져 있다. 키가 90m 이상 자라서 현존하는 나무 중 가장 크다. 수명은 최장 2,000년 이상이고 보통 1,000~800년이다. 껍질에는 곤충·곰팡이·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곳은 그런 나무들이 이루고 있는 숲 공원이다.

 

   18:30, 숙소에 도착했다. 아직 날이 훤해서 숙소 주변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마치 공원의 한 부분 같은 숙소 주변은 온갖 꽃나무로 둘러싸여있다. 여기서도 단연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포후투카와(pohutukawa)였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철쭉꽃 같기도 하다. 흰색 꽃도 보인다. 뉴질랜드에서 이 꽃은 12월에서 1월 사이 만발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꽃나무는 아주 커서 25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숙소 주변 잔디밭과 길에 넘쳐나는 나무가 바로 이것이다. 철 이르게 핀 이 꽃들이 땅에 떨어져서 빨갛게 뒤덮고 있는 나무도 몇몇 보인다. 처음부터 이 꽃은 가는 데마다 눈에 띄어서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몇 차례 물어볼 정도였다. 우리 내외는 주요 코스가 거의 다 끝나갈 이 무렵이라서 자유롭게 주변을 산책하다가 이 꽃이 땅에 져 있는 곳에서 포즈를 취해 본다. 파릇파릇 올라오는 넓은 잔디 밭 가에는 이 꽃과 꼭 같은 색의 영산홍도 만발해 있다. 그런가 하면 아직 많은 키 큰 나무는 잎은커녕 움조차 트지 않아 그냥 겨울나무로 있다.

   이 꽃에 담긴 전설로는 마오리족의 젊은 전사가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하늘로 오르다가 떨어져서 이 나무가 되었고 붉은 꽃은 그 피를 상징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북섬 북단 케이크 레잉아라는 곳에 있는 이곳은 마오리의 영혼이 그 뿌리를 타고 영혼의 고향인 하와이키로 출발하는 곳이라고 했다.

   오늘 저녁이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이다. 현지에서의 여행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다. 아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숙소 바로 앞에 한 그루 서 있는 작은 포후투카와(pohutukawa)나무의 꽃잎이 불빛에 더욱 붉어 보인다.

                                                                               2020.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