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이렇게 살아보니, 나의 척추관협착증 체험기 1

청솔고개 2022. 4. 22. 23:04

                                                                                            청솔고개

   오늘이 내가 척추관협착증 수술한 지 94일 되는 날이다. 의사는 수술 후 4개월 정도 보조기를 충실히 차고 있어야 하며 차 운전, 자전거 타기 등은 보호와 안전을 위해 삼가야 한다고 엄한 지침을 내렸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게 언제 그런 날이 올 것일까 아득하기만 했었는데 벌써 100일이 다 돼 가고 대략 4 주 잘 견디면 중한 고비는 넘겼다는 판단이 든다. 물론 그 사이에 CT, X레이 등 검사를 통해 회복의 정도를 확인 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료의 결과가 나왔을 때 누릴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그리 되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갑오징어의 갑처럼 앞뒤 배에서부터 등허리까지 두르고 있는 보조기도 벗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 보조기는 3,4,5번 마디 수술부위 척추를 보호하고 잡아 줄 수는 있지만 반면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큰 불편은 이 보조기를 차고는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신발 정리하는 집개 3개, 뒤축이 낮은 고무로 된 슬리퍼 신발 구입이었다. 수술 후의 나날을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이 수술 전에는 지금까지 병원에 한 번 입원해서 병상에 누워서 하룻밤을 묵어 본 적이 없다고 자랑 아닌 자랑삼아 스스럼없이 이야기했었다. 그런 나의 언행이 지금은 너무나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더군다나 아주 젊었을 때, 10대, 20대에는 심지어 이런 이야기까지 주접 떨곤 했었다. “나는 평생소원이 하나 있는데, 그건 하얀 시트가 있는 병상에 누워서 이른 바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던 곱고 상냥한 간호부한테 도움이나 돌봄 받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이 말을 듣는 사람 중에 정말로 중병으로 병원에서 고생했던 장본인들은 얼마나 세상모르고 지껄이는 말이라고 치부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나의 객기 같은 언행에 얼굴이 화끈 거린다. 내가 그런 말을 생각 없이 퍼뜨리면 아내는 그럴 때마다“아서요, 말이 씨가 되는 법이에요.”하고 경고장을 날리곤 했었다.

   나는 이전에는 나의 척추관협착증이 아무리 심해도 수술은 그 부작용에 대한 너무나도 많은 경고성 조언을 들었던 터라 하지 않으리라 하고 발버둥을 쳤었다. 더구나 6년 전에 먼저 가신 어머니께서 70대 중반에 이미 이 수술을 받고 수술 부실인지 사후 관리 부실인지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어머니의 전체 체형이 뒤틀려 결국 장애 상태로 지내시다가 무너져 내리신 걸 목격했기 때문에 나는 더 큰 거부감을 가졌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노경에 말할 수 없는 고생만 하시다가 가신 게 떠올라서 더욱 거부반응을 일으켰던 것이다. 어머니는 증상을 설 건드린 꼴이 되어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져 불행하게 지내시다가 숱한 합병증이 들이닥쳐서 돌아가신 셈이다. 나중에 그냥 그대로 뒀더라면 괜찮았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부터 벌써 다리절임이 심해서 걸음이 자유롭지 못했었다. 근처 정형외과에 진료를 시작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물리치료, 소염진통제 처방이 고작이었다. 1년 후에 MRI를 찍어보니 4,5번의 척추관협착증, 전방전위증, 척추디스크가 나타났는데 가장 심한 게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했다. 의사는 대뜸 꼬리뼈 시술, 신경확장술 등 시술을 권유했다. 나는 수술에 대한 너무나 많은 부작용을 들은 터라 이런 시술마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신문에 매일 대문짝만하게 홍보하던 척추관협착증 전문 한방병원에 혹해서 6개월 동안 거의 20대 가까이 되는 침을 맞으면서 좋아지기를 기대했었다. 특히 봉약침, 신경침 등의 시침은 그 통증이 어마어마했었다. 그래도 수술이나 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이를 견디게 한 것 같았다. 6개월 정도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전혀 좋아지지는 않았다. 병원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시침으로 인한 고통은 고통대로 받고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나는 자꾸만 조여 오고 내려앉는 듯한 중추신경관과 척추마디의 압박으로 인한 쓰러질 듯한 저림 증상, 불 타는 듯한 화끈거림, 힘 빠짐 증상의 반복으로 서서히 절망하기 시작했었다. 대신 나는 이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미친 듯이 걷기와 산행에 빠져들기 시작했었다.    2022.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