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2021, 2

청솔고개 2022. 5. 4. 21:54

                                                                                                                    청솔고개

   2021. 5. 27. 오전 10시에 근처 의료기 가게에 가서 아버지의 휠체어를 빌렸다. 이제 안심이 된다. 친구에게 전화하니 백신 맞으러 근처 병원에 와 있다고 해서 휠체어도 전해 드리는 겸사로 11시 반까지 만나서 밥 한 끼 같이 했다. 바로 옆 찻집에 가서 오랜만에 옛 추억담에 잠겨보았다. 찻집에서 친구와의 대화중에 아버지가 또 휠체어 때문에 전화하신다. 곧 갖다드린다고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좋다.

   친구와 헤어지고 큰집에 갔다. 올해도 제비가 새끼를 낳은 것 같은데 기척이 없다. 제비집과 마당 바닥에 뇌까려진 똥 무더기가 포함된 사진은 몇 장 찍어 놓았다. 2층에 올라가서 들창으로 청명하기 짝이 없는 멀리 남산 봉우리 앞들과 거리를 담아 놓았다. 오늘은 유달리 시계가 맑디맑아서 좋다. 골목골목마다 평일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짝짝이, 혹은 삼삼오오 활발하게 거닐고 있다. 꽃밭에 웃자란 취나물도 잘라 담았다. 여전히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휠체어 명찰 떼 와서 다시 병원에 가서 빌린 휠체어 전달해 드렸다. 이제 마음이 개운하다.

 

   2021. 6. 6. 올해 현충일도 또 어김없이 돌아왔다. 아침에 반기(半旗) 다는 깃대가 아니어서 망설이던 끝에 그냥 달아놓기로 했다. 매년 오늘만 되면 아버지께서 6·25동란(動亂) 전후해서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이십대에 먼저 간 친구들보다 내가 네 배나 더 산다고 늘 빚진 마음 같은 걸 지니시고 추념식에 가시던 게 생각난다. 큰집 아버지 피아노 방 벽에 견장, 휘장, 조장을 고스란히 걸어두신 게 오늘따라 더 떠오른다.

   “아, 아버지! 행정복지 센터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조장과 동생 말대로 케이크 기념품을 전달해 왔습니다. 영광스런 아버지, 정말 자랑스러운 아버지 사랑합니다.” 다음 면회 때 만나 뵈면 이렇게 전해드리고 싶다.

 

   2021. 6. 8. 동생과 함께 아버지 면회 약속을 했었는데 아버지께서 재활치료 등 일정에 지장이 있다고 해서 담당자와 의논한 끝에 결국 오늘 면회는 안 하기로 했다.

 

   2021. 6. 14. 오늘은 아침부터 왠지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이다. 아버지 모시고 피부과 진료 가야하는데 뭔가 힘겨워지는 마음부터 앞선다. 12:50에 동생 태우고 요양 병원에 가서 연락하니 한참 준비해서 간호사가 아버지를 휠체어 태워서 모시고 나왔다.

   아버지는 짧은 머리에 얼굴의 살이 많이 빠지셨다. 병원은 무척 복잡했다. 많이 기다렸다. 피부과 세 번 진료, 이비인후과 문진 등 마치고 나니 오후 5시가 훨씬 지났다. 그래도 마지막 이비인후과에서 기다리면서 내가 준비해간 커피와 음료, 과자도 같이 하니 허전해진 마음이 좀 채워지는 것 같다. 아버지는 병원 안에서 지팡이 사용, 효자손 등을 원하신다. 오늘 기다리는 틈틈이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주 후 다시 진료한다고 모시고 나와서 만날 수는 있지만 아버지를 다시 보내드리려니 마음이 무겁다. 아버지는 이제 더욱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오늘은 너무 늦어서 겨를이 없었는데 다음에는 드라이브 같이하면서 식사도 한 끼 같이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2022.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