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세 끼를 스스로 해결해 본 적이 있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10개월째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대학 시절에는 하숙으로 일관하고 졸업 후 현직 발령 받아서 첫해도 역시 하숙으로 해결했었다. 그 이듬해 군 입대 전까지는 잠시 하숙에서 벗어나 방을 얻어서 등산용 버너와 코펠로 밥을 지어 먹어보았던 게 생각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게 재미도 있었고 뭔가 색달랐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 끼 반찬 장만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결국 퇴근 때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를 사서 구워먹곤 했었는데 이 고기값, 방세를 포함한 전체 비용을 따져보니 하숙비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서 돌연 중단했었다. 처음엔 이런 자취 형태를 시도해 본 것은 하숙 밥이 너무 지겹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막상 내가 끼니마다 반찬을 마련하려니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그때는 나는 매 끼니 장만을 가끔 가는 산행 때 버너에 밥 해 먹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매 끼니 해결이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신나는 것만은 결코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 때에 고작 한 달인가 이렇게 몸부림치다가 결국은 기식(寄食)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잠은 이미 얻어놓은 셋방에서 자고 밥은 근무처 바로아래 보신탕 전문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군 입대를 코앞에 두고 직장 선배가 한여름 제2훈련소 훈련을 앞두고 영양 공급을 미리 충분히 해 놓아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도 보신탕, 점심도 보신탕, 저녁은 가끔 술이 곁들인 보신탕, 삼 시 세끼 내리 보신탕으로 몇 달 보신(補身)한 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제2신병훈련소 퇴소할 때쯤 십여 년 이래 악명 높았다는 그 여름 폭염하의 훈련이라 대 여섯 명 훈련병이 훈련 중이 사고로 죽었다는 미확인된 소문이 떠 돌 정도였지만 나는 무사히 버텨냈던 것이다. 그게 내리 세 끼 보신탕의 효능이 작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마음 속에는 나는 보신탕으로 대비한 몸이라 폭염의 맹훈에도 결코 낙오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내 나이 또래는 뭣보다도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탄수화물, 단백질 양의 조절이 관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다가 채소, 과일을 통한 각종 미량 영양 섭취도 필요하다. 게다가 10년 째 약으로 혈압과 혈당 조절을 해 오는 나로서는 나름대로 당뇨식단도 겸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복부비만을 포함한 마른 비만이다.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한 후 더욱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혈당조절, 혈압조절 등 모든 게 체중과 관련이 돼 있다. 나는 매일 아침 혈당을 체크한다. 거의 매일 체중을 재 본다. 이런 습관은 10년도 더 됐다. 연도가 지난 책상 달력을 이 수치 기록하는데 재활용하면 안성맞춤이다. 이런 나의 행태에 대해서 주변에서는 너무 극성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체크하여 수치를 기록하는 순간의 그 수치는 끊임없이 나를 경각시키기 때문이다. 어떠한 훈계보다 효과가 있음을 스스로 알았다. 만약 평소 보다 1,2킬로그램 체중이 더 늘어나는 추세가 되면 나는 부지불식간에 자동적으로 식단 조절 모드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감각적인 저칼로리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유난스럽게 혈당 조절이니 다이어트니 하는 것을 내새우지는 않는다. 이는 내가 정한 이른바 칼로리 총량의 법칙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혈당 조절이 급선무인 나로서는 이를 철저히 실천한다. 다음의 내용이 나의 실천 방안이다. 한 끼 과하게 섭취했다면 그 다음 끼는 그 만큼 줄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통해 조절하면 된다. 칼로리 총량의 법칙의 적용이다. 가장 중요하는 것은 밥의 구성이다. 자신의 소화 기능에 큰 이상이 없다면 밥의 조합비는 최대한 거칠게 하는 게 좋다. 거친 음식일수록 몸에는 좋다는 것은 사실이다. 맛은 그 다음 문제다. 현미, 보리쌀 등이 포함된 잡곡을 2/3 정도 섞어서 지으면 좋다. 이 밥에서 영양소는 거의 결정된다고 본다. 밥만 먹어도 영양 결핍이 안 될 정도로 구성하면 더욱 좋다. 매일 최소한 한 끼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데 육류와 생선을 번갈아 섭취하면 늘 같은 걸 먹어도 밀리지 않는다.
이러한 나의 건강관리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나의 필생(畢生)의 과제 수행이 그것이다. 그 첫째 과제는 더 이상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 한 편의 발표다. 이는 이생에서의 나의 억울함과 후회의 감정을 최소화하는 작업일 테고 둘째 과제는 미지의 세계로의 도보 여행 완수이다. 나의 모든 건강관리 동인(動因)은 바로 이것이다. 2022.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