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홀로 살아보니 1/ 매 순간 조섭(調攝)하기, 나를 존중하여 대접하고 사랑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바로 충실한 매 끼니의 섭식(攝食)이라고 생각한다

청솔고개 2022. 6. 13. 00:31

                                                                                                                                           

홀로 살아보니 1, 매 순간 조섭(調攝)하기, "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할 세 가지 혹은 네 가지는 ‘일, 공부, 운동, 휴식’이라고 어떤 모임에서 한 사람이 말한 게 참 인상 깊었다."

                                                        청솔고개

   이렇게 혼자 지내 본 지도 열 달째에 접어든다. 그 동안 나는 혼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법이 이렇게 고단하고 또한 엄중한지를 몰랐다. 아내와 같이 지낼 때는 결코 알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부터가 정말 일중의 일이다. 작년까지는 간헐적이긴 하지만 청소년 상담일이라도 있어서 그 기간만큼은 긴장하게 되었는데 올해 들어와서는 그 사업의 철수로 나는 마지막 굴레까지 벗어던진 완전 자유인이 된 셈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제가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나날이 이어진다. 생활의 긴장이 없다보니 나의 존재감마저 자꾸 옅어지는 것 같다. 더구나 올 초부터 내 몸에 두 차례나 가한 메스는 나의 이러한 생활방식의 합리화에 멋진 핑계거리를 제공한다. 수술한 몸 부위가 최고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수술 후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처이라고는 하지만. 게다가 3년째 이어지는 팬데믹은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대인관계, 대면접촉만 강제하고 있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나 할까. ‘나는 수술 환자다. 따라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감염병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라는 내 나름의 논리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피하고 싶은 모든 일들은 위의 논리구조에 대입하고 유보, 혹은 지연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처리해야 할 소소한 집안일, 예를 들어, 아내로부터 부탁받은 로봇 청소기 작동에서부터 병원 측에서 연락해온 아버지 간식 전달, 동생 집의 수리, 정기적인 내 병원 진료 등 하루에 한 건이라도 이러한 있으면 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날은 아침부터 살짝 내 생활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로써 볼 때 사람은 죽을 때까지 매인 일이 필요하다는 가설(假說)이 성립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할 세 가지 혹은 네 가지는 ‘일, 공부, 운동, 휴식’이라고 어떤 모임에서 한 사람이 말한 게 참 인상 깊었다. 내 또래에 아직까지 일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이른 바 ‘현역으로 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참 부럽기까지 하다. 물론 그 친구가 나를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그래서 최근 6개월 동안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이 생활 자체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의 기나긴 한 생애도 결국은 한숨, 한숨 숨쉬기로 이어진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이어져 자신의 생애가 꾸며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한 순간이 그 사람의 전 생애를 결정 짓는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무척 번거롭고 귀찮다고들 말한다.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단을 기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다른 반찬을 여럿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나 그냥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일회용 즉석 식품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혼밥’하기 좋은 전용 식당도 인기를 더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일군(一群)의 사람들의 행태가 너무나 자기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일생을 좌우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몸의 건강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나를 대접하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니며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이 나를 위하는 가장 절실한 일은 바로 나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평생의 건강은 내가 나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사랑하는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를 존중하여 대접하고 사랑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바로 충실한 매 끼니의 섭식(攝食)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평생 건강은 매 끼니의 섭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매 순간의 활동이 우리의 일생을 좌우한다. 그 매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섭식(攝食)이며, 나의 입장에서는 조섭(調攝)이다. 요즘 이 조섭이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이는 조리(調理)와 같은 의미로 ‘건강이 회복되도록 몸을 잘 보살피고 다스림’이란 뜻으로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 큰사전에 풀이돼 있다. 나는 나의 조섭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나는 25년 전쯤 비만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아직 젊은 나이에 무릎도 아프고 숨도 찼다. 참으로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아직 젊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 때 누가 지나가는 말로 현재의 건강관리는 10년 후에 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그 10년 후에 나는 극도의 심신 쇠약 상태에 빠지게 됐다. 처음에는 마음이 망가지더니 그 다음으로는 그 마음을 치유한다고 적용한 잘못된 조섭으로 몸까지 망가져서 그 일부를 회복하는 데 최소 10년은 걸린 것 같다. 내 심신에 지금도 그 후유증을 친구처럼 달고 산다. 지금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사실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2022.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