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축구경기 관전에 대한 나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골인에만 몰두하던, 골라 먹는 듯한 관전 포인트에서 드리블(dribble), 헤딩, 파이팅, 포효, 몸싸움, 세러머니(ceremony) 등 90분 혹은 120분 동안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축구 경기에서의 어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가, 빠져들고 열광하게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선수들의 야생성(野生性)이라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들의 몸놀림은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치타와 같았다. 그들은 손을 쓸 수 없는 대신 강한 턱, 날카로운 이빨, 빠른 네 다리를 가졌다. 축구선수들은 두 손 두 팔이 다 묶인 대신 두 발과 머리 몸통을 써서 마치 아프리카 맹수들의 야생성을 축구를 통해서 유감없이 발휘함을 알게 됐다. 두 팔 두 손이 묶이면서 도구를 쓸 수 없다. 손과 팔을 쓰면 강력한 패널티를 받는 것이다. 아프리카 맹수들도 도구를 사용하지 못한다.
관중들에게는 잔디 구장은 세렝게티(Serengeti)와 같은 초원이고 두 팔 두 손이 다 묶인 선수들은 포효 하는 맹수들로 인식하고 열광하는 것이다. 거기서 야생성을 발견하고 동물로서의 인간의 원초적 힘과 욕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에 미치고 빠져드는 것이다.
오늘날 4차 산업사회로 갈수록 인간의 자연과 자유에 대한 욕구가 더욱 팽배해진다. 자연인 혹은 자유인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2. 12. 29.
'마음의 행로(行路)'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십 년 전 바로 그날의 기록 ‘제야(除夜)’/ 5분이 남았군요. 1972년의 5분……. (1) | 2022.12.31 |
---|---|
어떤 삶, 야생(野生)을 꿈꾸며 3 (0) | 2022.12.30 |
어떤 삶, 야생(野生)을 꿈꾸며 1 (0) | 2022.12.28 |
어떤 기억 2 (1) | 2022.12.18 |
어떤 기억 1 (0) | 2022.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