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나는 지난 날, 많은 자료들이 숱한 이사 때문에 멸실된 데 대해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청년시절에는 내가 군에 아주 늦게 입대해서 첫 휴가 오니 집안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향 마을의 집은 철거되고 그곳에 남겨진 어린 시절의 많은 기억의 자료들도 그 집의 철거와 함께 철거되어버렸다. 그간 고향집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시내 우리 집에 오셨다. 그 우리 집마저 다시 이사를 한 집이었다. 따라서 이전 집에 남겨진 많은 기억의 자료도 또한 그 목록조차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멸실돼 버렸다. 당시는 아직 어려서인지 이에 대한 아까움을 잘 느끼지 못했다. 10개월 만에 휴가로 찾은 고향에서 한 달의 휴가기간을 보내는데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생각에는 유소년 시절에 내 영혼의 뼈가 묻힌 고향 마을의 철거된 고향집이라도 한 번 둘러보았더라면, 그래서 그 현장을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 놓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절실했었다.
이제 다시 큰집이 그런 상황에 처해질 것 같다. 우리 내외가 혼인해서 5개월 정도 신접살림을 차린 곳이며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5남매가 성장한 곳인데 지진 피해 등으로 벽도 갈라지고 지난 6년 동안 소홀히 관리해서 거의 폐가 수준으로 퇴락해가는 것이었다. 이제 수리를 하고 정리정돈까지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방안 곳곳이 산재한 많은 자료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아직 묘책이 안 떠올랐던 것이다. 정 안되면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해서 보관하는 방법도 둘째와 의논한 적이 있었다.
또한 거실에 빙둘러 꽂혀져 있는 아버지의 각종 자료들은 어떡할 것인가? 아버지의 사멸과 더불어 이것도 그래도 소멸되어야 할 것인가. 수전증을 견디면서 꾹꾹 눌러쓴 평생 생애기록물은 또 어찌할 것인가?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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