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초하루 즈음 1 " 아득히 어릴 때의 나의 새 소년 시절을 맞이하던 그때의 감동이 남아 다시 해마다 전해져 와서 마음부터 떨렸었다. "
청솔고개
다시 삼월 초하루가 다가온다. 이 청보리와 노고지리의 계절을 맞으면 꽃샘추위 때문에 몸이 떨리는 것에 앞서 아득히 어릴 때의 나의 새 소년 시절을 맞이하던 그때의 감동이 남아 다시 해마다 전해져 와서 마음부터 떨렸었다. 무척 설렜었다.
1965년 1월에 나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열심히 준비한 덕에 3:1 가까이 되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붙었다. 한 학급밖에 안 되는 면부의 작은 국민 학교 출신으로 성내(城內)의 중심이 되는 중학교 입학시험에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은 나로서도 최초의 큰 성공경험이었다. 진학을 맡은 국민학교 6학년 때의 담임교사는 바로 나의 아버지이셨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한 학교에 한 둘 붙을까 말까 하는 어려운 시험이라 하지만 그 선생의 그 아들이 불합격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내 어린 마음에 큰 압박으로 작용했었다. 스트레스였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솔직히 아버지의 이름 때문에라도 나는 합격해야 한다는 강박이 어린 마음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작용했었다. 당시에도 학교에서 입시 반을 꾸려서 밤늦도록 촛불 아래서 진학지도를 특별히 받았었다.
아버지와 같이 가서 시험 치른 중학교에서 합격자 발표의 방에서 내 이름을 확인한 후 나는 환호작약했었다. 아버지가 축하한다면서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다. 나는 시내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와 같이 서점에 갔다. 이리저리 책방을 둘러보면서 나는 당시 인기절찬리 구독 소식을 전해들었던 김래성 작가의 ‘황금박쥐'다. '한국소년소녀추리모험소설선집'이라는 긴 부제가 붙어 있었다.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 책을 산 지 바로 그날 저녁에 밤새워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새롭다.
해마다 3월이 다가오면 이러한 내 최초의 성공과 몰입의 체험 기억이 나를 일깨운다. 큰 떨림과 설렘으로 다가온다. 내 한 생애 전체에 걸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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