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아 다르고 어 다르다’ 1/ 자기 진영이나 계층의 무조건적, 절대적 이익 추구는 갈수록 비이성적, 맹목적이 될 수밖에 없어 갈등의 병폐 치유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청솔고개 2023. 3. 12. 23:26

‘아 다르고 어 다르다’ 1

                                                              청솔고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이나 무리가 자기의 생각을 지나치게 강하게 주장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상대의 인격이나 인권을 무시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자기주장을 펴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문제는 이런 기본권행사가 과열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지난날에도, 아니 인류의 삶이 시작된 이래 크고 작은 의견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은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다반사였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서 우리 사회에서 유독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된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은 더욱 증폭, 확산되는 데 비해 이를 조정.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은 이를 따르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개인 간의 사소한 의견 차이에서부터 크고 작은 집단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더욱 빈번해지고 격렬해지는 것은 이를 다루는 데 있어서 차분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무턱대고 세의 과시나 자존심 내세우기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의견을 보다 강하게 주장하려면 목소리나 표현을 강하게 해야만 하다는 생각에 빠져서 격렬한 표현, 나아가서 언어폭력적인 표현까지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편이 밀려서 결국 패퇴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이에 대한 설득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그 주장에 대한 명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목소리 크게 안 높여도 상대방이 반론, 반격을 충분히 방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삿대질이 난무하면서 ‘목소리 큰놈이 장땡이다’라는 지난날의 관행이 남아서 민주적인 성숙한 의사 결정에서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걸쳐 만연해 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만성고질병 같은 인식마저 든다. 작게는 가족 간의 말다툼에서 크게는 정치권의 논쟁에서까지 더욱 확산, 증폭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우리 사회가 갈수록 이런 갈등과 오해의 골이 깊어지는가. 그 원인으로 나는 두 가지를 짚고 싶다. 그 하나는 지난 70년 동안 개발 독재와 압축 성장으로 인한 이념, 지역, 성별, 세대, 계층 간의 양극화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상대적 빈곤, 상대적 박탈가의 팽배이다. 다른 하나는 지나친 물질적인 성장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신의 빈곤과 고갈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오늘날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권은 이렇게 깊어진 골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메꿀 생각을 하지 않고 도리어 더 깊게 패게 함으로써 어떤 이익을 도모하려는 어리석고 야비한 성향을 버젓이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자기 진영이나 계층의 무조건적, 절대적 이익 추구는 갈수록 비이성적, 맹목적이 될 수밖에 없어 갈등의 병폐 치유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23.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