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 Here

루앙푸라방 떠나 치앙마이 가다

청솔고개 2025. 1. 1. 20:22

   청솔고개
   2024. 1. 24.
   새벽 4시에 일어났다. 탁발공양과 이 고도의 새벽을 맞이해 보기 위해서다. 피곤했지만 안 하면 후회할 듯했기 때문이다. 어제 호텔 주인으로부터 탁발하는 장소 약도를 받아 놓았는데 호텔 바로 앞에 탁발을 한다고 했다. 새벽 5시 20분에 나갔더니 아직 행렬은 안 보인다. 모퉁이 가게 주인이 내가 탁발에 참여하는 것을 알고 탁발 바구니 상품을 구입하기를 권한다. 나는 아니라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좀 민망했다. 30분이 훨씬 지나니 탁발공양에 참여하기 위한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나는 참여도 안 하는데 바로 근처 가서 구경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아 멀리서 그 분위기만 살폈다. 어찌 된 셈인지 탁발하려는 주민보다 스님이 더 많은 것 같다. 일부 스님은 절에서 내려오다 행렬이 아직 정비 안 됐는지 멈춰 서있다. 더구나 이 탁발 행렬을 구경삼아 도로에 들어가 가까이서 사진을 찍는 것은 내 기준으로는 도리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탁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는 새벽 공기가 서늘하기도 해서 그냥 들어와서 다시 잠을 청했다.

   오후 1시 5분 비행기 시간에 맞춰 짐 다 꾸려 놓고 8시에 식사했다. 아이와 나는 쌀국수를 시켰고 아내는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역시 마당 테이블에서 식사하는데 오늘은 오슬오슬한 게 소름도 돋고 좀 추웠다. 쌀국수를 잘 시켰다는 생각이다. 이럴 경우는 따스한 실내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앞 조마베이커리카페에 가서 라테 커피 석 잔과 조마 원두 한 통을 샀다. 원두는 아내가 나중에 딸내미한테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아내는 어제 내가 둘러봤던 두 곳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여기 일정이 촉박해서 아쉽다고 했다. 어쩌겠나. 어제 아내는 컨디션이 안 좋아 내가 움직였던 그 시간은 푹 쉬지 않을 수 없었던 걸. 호텔 마당 식탁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이에게 기념으로 사진을 부탁했다. 아내와 나 둘이서 커피 잔을 쳐들고 찍은 사진은 제법 괜찮았다.

   캐리어를 꺼내놓고 택시를 기다렸다. 9시 30분에 첫날 태워주고 어제 꽝시폭포까지 이용했던 택시가 왔다. 아이는 과도한 요금 요구 같다면서 좀 불만이지만 아내가 어렵게 사는 나라 사람 도와주는 셈 치자고 했고, 나도 공정여행을 들먹여가면서 아이를 안위시켰다.
   이 도시에서 가 보지 않은 골목은 참 많았다. 그것도 아쉽다. 공항 가는 길은 전혀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었다. 10시 54분에 루앙프라방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국제공항이지만 그 규모는 지방의 고속전철역사 정도였다. 짐 검사만 하고 보안 검색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라오스를 떠난다. 17일의 여정, 많이 아쉽다. 출국신고서는 아이 것을 보고 작성했다. 아내의 캐리어 무게가 22킬로가 되어서 아이가 또 신경을 쓴다. 여러모로 수고 많은 아이다. 고맙다.

 비행기는 제트엔진을 겸한 프로펠러 달린 여객기였다. 비행기 탑승하러 걸어서 비행기가 서 있는 땅을 밟고 가는 상황은 오히려 무척 신기했다. 정해진 시간보다 좀 일찍이 이륙한 것 같다. 창 너머 인도차이나 반도의 이 소박한 내륙 국가의 모습들이 조망된다. 안녕 라오스! 내 생애 다시 오려나?
   2시 10분 쯤 태국 치앙마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바로 유심을 갈아 끼웠다. 통신사 판매소에서 대신 서비스 해줘서 이번에도 내가 끼워볼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게 좀 아쉽다. 곧 밴을 불러서 호텔로 향했다. 아이가 이 시간대는 복잡해서 차라리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밴이 낫다고 한다.

   3시 반쯤 호텔에 도착했다. “DOUBLE TREE RESIDENCE” 호텔이다. 제법 아늑한 골목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109호, 아이는 103호다. 와이파이 설정 등 기본 작업을 하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우선 먹을 것 때문에 마트를 찾았다. 한인 마트 보라마트는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인도가 잘 확보돼 있지 않아서 걷는 게 나로서는 더 불편했다. 먹을 거리, 마실 거리를 잔뜩 샀다. 아이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면서 투덜댔다. 역시 우리 것이니 국제적으로도 가격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저녁은 햇반을 덥혀서 고추장에 비벼 먹었다. 피곤해서 그냥 곯아떨어졌다.      2025.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