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삼대(三代)가 떠나는 호국(護國)의 여정(旅程)(1/3)/'남한강 칠백 리 구름이 흘러간다'

청솔고개 2020. 6. 13. 00:40

삼대(三代)가 떠나는 호국(護國)의 여정(旅程)(1/3)

                                                                                                                청솔고개

 

새벽 5시에 일어나 3일 동안의 여행 준비를 했다. 6시 쯤 아이도 일어나서 준비한다고 연락 왔다.

   큰집에 도착하니 꼭 9시, 아이 생각에서 직접 준비한 빵을 제 삼촌 방에 갖다 둔다. 그런 아이의 마음씨가 고맙고 대견하다.

   초여름의 대지와 산야는 가물어서 시들시들해 보이지만 그래도 싱그럽다. 중앙고속도로 군위휴게소에서 쉬었다가 바로 소백산 자락길, 희방폭포 탐방로를 찾았다. 가물어서 폭포의 물이 많이 줄었다. 아버지는 좀 험해 보이는 돌길을 넘어지실 듯 걸어가는 모습이 무척 마음이 아프게 느껴지고 걱정도 된다. 소백산은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가해서 1951년도 1.4후퇴 시, 설악산에서 일로 남으로 퇴각하면서 아버지가 들린 곳이다. 후퇴는 하루저녁에 50리를 그냥  미친 듯이 달려 내려왔다고 틈날 때마다 회고하시곤 했다.

   북행, 단양에 들러서 떡불고기가 주 메뉴인 마늘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아이는 이런 먹거리에 매우 민감하다. 식사하면서도 많은 이야기, 온갖 이야기를 삼대는 나눈다. 좋은 시간이고 난 행복하다. 언제 다시 이런 여행을 해 볼 것인가. 아이가 선뜻 응해 준 게 참 고맙다. 그래서 살짝 등을 두드리면서 “아이야 고맙다, 동행해 줘서…….” 하니 아이도 웃는다. 아버지가 식당에서 많이 피곤하신 듯 그냥 드러누우신다. 그래서 또 걱정되고 아버지로 봐서는 너무 무리한 여행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도 걱정스러운 눈치다.

   아버지가 ‘목계나루’ 가요를 듣더니 갑자기 거기 가보고 싶다고 하신다. 나도  옆으로 좀 돌아가면 그곳이라고 막연히 알고만 있었다. 그냥 가보자고는 했는데 충주호 아래쪽으로  한참 돌아가는 바람에 최소한 1시간은 늦어진 것 같았지만 아버지의 원을 들어드렸다는 게 더 뿌듯하다. 가는 동중 청풍면, 적성면, 살피면 등으로 내비게이션 도착지점을 변경하니 자꾸 거리가 많이 계산되어 나와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다. 드디어 남한강 목계 나루에 도착했다. 그림 같은 풍광이다. 강변 벤치에 앉아서 저물어가는 서녘하늘이 흘러가는 강물에 비치는 모습을 노래가사로 체득해 본다. 남한강 상류 어디에서 뗏목 한 척이 금방 떠내려 올 듯하다.

목계나루/김용임 노래

'남한강 칠백 리 구름이 흘러간다 님을 싣고 사랑 싣고 아리수 아라리요

첫사랑 묻어놓은 그날 그 자리 그리우면 돌아오세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버지는 동영상도 찍어 보시고 맘껏 이 시간을 즐기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한테 ‘내 아들! 너도 내가 네 할아버지만한 나이가 되면 이렇게 네 아들하고 삼대가 같이 여행하는 시간을 베풀어 줄래?’ 앞으로 22년 후이니 내 나이 80대 후반, 아이 나이는 50대 중반이 된다. 바로 서둘러 아이가 자기 친구한테 도움 받아 예약한  펜션을 향해 북행했다. 숙소에 가기 전에 *** 한우 식당에 가서 ++등급 안심을 두 팩, 7만 원, 차림 값 만 칠 천 원 어치 식사를 했다. 펜션과 식당은 모두 아이가 예약한 셈이다. 그런 아이의 마음 씀 역시 고맙다.

   울창한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숙소는 이름 그대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첫날 여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되어서 축하의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피곤하기도 하려니와 아버지 건강상태가 염려 되어서 욕심은 버렸다.

   그냥 나 혼자 캔 커피 한 잔 하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숲속의 새소리들을 자장가 삼아 푹 잤다.

[위의 글은 3년 전 꼭 오늘인 2017. 6.12. 아버지의 6.25한국전쟁 참전 코스 탐방 첫 날 기록임.]

                                                                                                                   2020.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