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내가 대학 2년 그해다. 그해는 우리 현대사에서는 격변의 시기였다. 내 개인에게도 생의 한 전환점을 가져온 한 해이기도 하다. 지금쯤 대학은 벌써 신학기 준비로 부산해진다. 가장 큰일은 등록금을 내고 수강신청을 하는 일이다. 한반도의 봄은 어쩌면 대학의 캠퍼스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지난 1년, 프레시맨에서 벗어나서 이제 전공교과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도 많아졌다. 이때 문학과 국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대, 개념과 가치관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 국어교육과는 모국어를 가르치는 일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묘하게 엮어져서 가장 순정한 학과의 분위로 형성된 듯했다. 시론과 문학개론, 국어음운론과 문법론 같은 과목은 우리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지평과 깊이가 상상 이외로 넓고 깊음을 실감케 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