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깜빡이가 작동하는 거리를 만들자/우리 사회 전반이 이 깜빡이 미작동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청솔고개 2020. 8. 23. 22:40

깜빡이가 작동하는 거리를 만들자

                                                           청솔고개

   내가 차 운전하면서 가장 화나는 게 있다. 운전 상황에의 필요한 깜빡이, 즉 방향지시등 점등의 소멸이다. 즉, 이런 운전상황에서는 반드시 방향지시등 점등이 필수적인데 점등하지 않고 깜깜이 운전을 하는 것이다. 나의 어림짐작으로도 제대로 작동하는 게 절반도 안 되어 보인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 혹은 앞에 가는 차가 분명 직진은 아니고 좌나 우로 운행 방향이 바뀔 것 같은 상황인데 지켜보아도 결국 그 차의 방향지시등은 끝내 먹통이다. 이를 주변 운전자에게 사전에 예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에도 모든 차의 운전자는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해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모든 교통 상황이 다 포함된다. 여기서 모든 교통 상황이란 좌회전, 우회전, 횡단, 유턴, 서행, 정지 또는 후진, 같은 방향으로 진행 등이 포함된다. 

   나는 상대방 차가 비보호 좌회전 하면서도 깜빡이를 켜지 않고 정지 혹은 진행하는 극단적인 사례에 맞닥뜨리면 분기탱천한다. 바로 그 차를 세우고 내려서 상대 차 운전자를 끌어내리기라도 해서 그 이유를 한 번 따져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도대체 당신은 왜 깜빡이를 켜지 않는가? 우선 당신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상대편과 주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켜야 할 정말 가장 기본적인 운전 수칙이 아닌가?” 하고.

   특히 내가 아주 바쁜 상황에서 곧장 직진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좌우 운행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수초 정도나 머뭇거리는 바람에 결국 내가 판단을 놓치고 신호까지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내가 그 상황 때문에 다음 신호까지 몇 분 정도 허비하면 더욱 화가 난다. 그래서 이럴 때는 나 혼자서나 혹은 동승자가 있더라도 “저 자는 손가락 살짝 대서 깜빡이 하나 까딱하면 되는데, 손모가지라도 부러졌나? 아니면 손가락이 장애라도 있는가? 아니면 깜빡이 한번 넣는다고 자존심이라도 크게 구겨지는가? 그게 기름이라도 퍽퍽 잡아먹는 다고 생각하는가?”하고 혼자 씩씩거린다. 나도 모르게 분노가 표출된다.

   이래서 보복운전 심리가 발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2016년도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보복운전의 절반 이상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진로변경이나 끼어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도된 것을 확인했다. 이 경우 보복운전 심리 유발 운전자에게는 자신이 상대방 운전자에게 전혀 배려 받지 못하고 심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분노조절 장애의 소지가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방향지시등 점등은 운전자간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이다. 다른 운전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조사결과 운전 중 스트레스 유발 1위가 방향지시등 미작동 운전자로 밝혀졌다. 특히 좌, 우회전 시 신호대기 중에도 방향지시등은 켜 주어여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런 깜빡이 깜빡 까먹는 운전자의 심리 상태를 나름대로 분석해서 그 유형을 다음처럼 구분해 보았다. 물론 이것이 구체적인 인터뷰를 해서 얻은 학술적 통계적인 결과는 아니다.

   첫째, 본인은 운전에 대해서 굉장히 자신이 있는 베테랑이라는 불필요한 자만심을 가진 사람. 이런 유형의 운전자는 깜빡이 작동은 초보자나 운전 소양에 대한 자신이 없는 부적격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은 깜빡이 일일이 넣을 정도로 운전에 자신이 없는 운전자는 아니라는 이상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대단히 자신의 운전에 대해서 과시하거나 과신하는 사람이다.

   둘째, 집중력 모으는 데 아주 심각한 장애를 가진 극히 예민한 사람. 이런 유형의 운전자는 깜빡이 똑딱거리는 소리도 운전에 방해돼서 운전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유형의 운전자는 십중팔구 운전 중에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나 음악 CD 소리에도 너무 민감해서 운전 중에는 견디기 무척 힘든 사람이다. 이런 운전자에게는 운전 중에는 동승자와의 대화나 다른 동승자끼리의 대화까지도 전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차 안에서의 모든 소리를 죽여야만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먼저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된 심리 치료를 권한다.

   셋째, 에너지 초절약형인 운전자. 깜빡이 작동조차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여기는 사람. 사실 이런 사람은 필자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거의 없다고 보겠지만 그래도 한 사람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은 결벽증 혹은 강박증 환자일 수도 있다. 역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위의 세 유형은  면허 취득을 위한 운전교육을 통하여 운전자에게 방향지시등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깔려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따라서 방향지시등 점등이 안전운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인식하는 안전 불감증 운전자는 제외한 것이다. 왜냐하면 운전면허는 안전운행에 대한 기본 소양은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서 발급하기 때문이다.

   벌써 수년 전부터 조금씩 느껴오던 이런 문제가 지금은 더욱 심각하게 인식이 된다.

   한 통계를 보면 2019년도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66%였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04년의 77.7%보다 10% 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방향지시등 미작동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은 가중되어 오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교통 당국의 통계 조사에도 이를 강화하는 법을 보완하고 단속한다고 했는데 아직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요즘 들어 우리 사회 전반이 이 깜빡이 미작동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돌발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해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개인이나 집단은 가능하면 모든 상황을 예측 가능하게 가져가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우와 좌가 첨예하게 대립, 토론, 논쟁하면서 자기 진영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이를 통하여 문제나 갈등이 해결된 것도 있고 봉합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는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국론분열로 몰고가는 것도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또한 자기 주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이때는 그 내용과 사실, 즉 팩트, 이슈만을 그 대상으로 삼아야지 그 태도나 내재된 감정까지 대상으로 삼아서는 저급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돼 본질이 호도된다. 우리는 이것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토론적 공박을 나의 분노분출의 도구나 출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 경우 똑 같은 저질 논객으로  취급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익명의 SNS시대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의 경우 우왕좌왕하면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다. 이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도 좋고 좌도 좋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도 다 자기 생각 표현의 한 방편이고 결과적으로는 자기들의 존재감, 나아가서는 치열한 토론을 통한 국가와 민족의 발전, 역사의 발전을 기하려고 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 양대 축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중요하는 것은 오른쪽 깜빡이를 켠 것인지 왼쪽 깜빡이를 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깜빡이 작동하지 않는 행위는  국가와 사회를 우롱하는 행위이다. 그 자동차의 진로를 가늠할 수 없게 해서 혼란에 빠뜨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0.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