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生涯)의 아이들

카페 [국어사랑모임] 20년 (1/2)/온라인에서의 이러한 활발한 소통은 오프라인에서의 역동적인 수업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청솔고개 2020. 9. 5. 11:39

카페 [국어사랑모임] 20년 (1/2)

 

                                                                  청솔고개

   오늘은 나의 교직 후반을 아주 역동적으로 만들어주었던 나의 학습커뮤니티 카페 [국어사랑모임] 개설된 지 꼭 19년 째 되는 날이다. 바로 2001년 9월 5일 당시 한창 ICT열풍에 부응하여 용기 내서 만든 것이다. 여기서 내가 퇴직한 2014년 8월 말까지 활동했으니 그 때까지의 활동상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 군데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만 13년 동안 나는 카페지기로 활동했었다. 내 생애 아이들과 더불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당시로서는 아주 트렌디한 소통의 장이었다. 그래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아이들은 내가 하는 수업이 제일 흥미 있다고 집에 가서 홍보를 하는 바람에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가 나를 일부러 찾아주었던 유쾌한 기억도 있다. 처음 개설할 때부터 그 근본 취지를 ‘활발한 소통’으로 삼았다. 형식이나 내용의 까다로운 규제는 금물이라는 원칙하에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최대한 자유롭게 표출하는 데 그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소설방]이 제일 인기가 있었다. 그 당시 한창 붐을 타고 있는 판타지, 무협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자칭 상상력 넘치는 어린 아이들은 모두들 작가가 돼 소설방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기도 했다. 나는 카페지기로 최대한 그런 꼬마작가에게 응원해 주었다. 아이들이 그만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데가 부족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 꼬마 작가들의 소설을 한 번씩 들여다보면 내 입가엔 잔잔한 웃음이 지어진다. 또한 내가 실행한 모든 수업 내용을 한글 파일 자료로 편집해서 수업 후 바로 게시하였고, 아이들의 과제도 카페를 통해서 제출하도록 했다. 이러다보니 여러 가지 장점이 발견됐다. 아이들끼리 긍정적인 상호 작용은 물론이거니와, 제출 과제의 모방, 표절 등 베끼기도 자연스럽게 상호감시를 통해서 걸러지게 되었다. 당연히 과제의 공정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온라인에서의 이러한 활발한 소통은 오프라인에서의 역동적인 수업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이런 나의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이후 나의 교직 생활에서 큰 활력소가 되었었다.

   다음은 카페 [국어사랑모임]에 대한 간단한 현황 소개다. 그 구조는 오늘 현재, 32개의 개설방, 2개의 실질적 활동을 하는 친구카페로 돼 있다. 오늘 현재, 개설방에서의 대화와 콘텐츠 통계를 보면, [자유게시판]에 1602개의 대화 및 콘텐츠, [소설방]에 1298개의 콘텐츠, [시와수필방]에 1194개의 콘텐츠, [주제별토론마당]에 1048개의 대화 외 다수의 댓글, 답글, [주제별독서마당]에 925개의 콘텐츠, [자유토론마당]에 894개의 대화 외 다수의 댓글, 답글, [중2국어학습과제발표마당]의 557개의 콘텐츠 등 각 학년별 [국어학습과제발표마당], [웰빙코너]에 422개의 콘텐츠, [우리끼리이야기방] 377개의 대화 외 다수의 댓글, 답글, [한줄메모장]의 360개의 콘텐츠, [자유독서방]의 315개의 콘텐츠, [문법교실(고3)]의 220개 콘텐츠, [NIE교실]의 209개의 콘텐츠 순이다. 이외의 ‘국어교실, 한문서당, 토론교실, 문학교실 등 교과학습 방, 카페지기다락방이 개설돼 있어서 13년 동안 활발한 상호작용으로써 대화 및 학습내용, 학습안내, 학교의 각종 평가 안내 및 고지, 학교 내외 학생 동아리활동에 대한 커뮤니티 기능을 최고화, 최적화 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카페 회원 숫자가 한 때는 내가 직접 지도하던 세 학교 학생들 상대로 정회원 천여 명, 일반인 가입 준회원 천여 명 모두 이천여 명이 넘었었다. 지금은 내가 현역에서 활동하지 않은 관계로 회원 수가 많이 줄어서 정회원 404명 준회원 80명으로 남아 있다. 카페를 개설하고 맨 처음 내가 카페지기로서 올린 공지사항은 지금 보니 다소 엉성하고 순박한 것 같았다.

   다시 19년 전으로 그날로 돌아가 본다.

  아래는 맨 처음  올린 공지 글부터  이와 관련된 글이다.

[국어사랑모임 카페에 손님을 초대합니다. 01.09.09 20:14 국어사랑 모임에 손님이 드문드문 방문하네요. 대화방도 먼저 만들고 앞으로 제법 잘 꾸미도록 하겠습니다. 국어사랑방이라서 국어만 주제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문제 등등 있으면 회원들끼리 서로 나누면 다소 위안이 되고 힘이 될 것입니다. 환영합니다. 많이 참여해주십시오. 국어사랑모임 관리인 백]

[자유게시판 01.09.09 20:01 ***양의 적극적인 참여에 관리인으로서 거듭 감사함, *** 먼저 토론방을 확인하였는데 너의 방문에 무척 반가웠다. 다시 게시판에서 너를 만나니 반가움이 배 배로 는 것 같구나. 평소에 네가 쓴 수필이나 시 혹은 논술문, 독후감 편지글 등 무엇이든 작품 있으면 올려보아라. 같이 살펴보면 재미있겠다. 자주 대화 나누자꾸나. 그럼 안녕 카페관리인백]

   다음은 카페 운영이 서툴러서 개설하자마자 카페지기의 실수로 다소간의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한 학생회원이 계속 이어주고 성원해 줘서 재기할 수 있었던 게 고마워서 올린 양해의 글과 답 글이다.

[카페의 주인으로서 손님을 잘 초대하여 대접하지 못함을 통감함 01.12.29 02:59 여러 회원님들 방학은 잘 보내고 있나요? 겨울은 회색빛 하늘과 나목이 있는 풍경이어서 대화가 정말 필요한 계절이지요. 자주 만나 대화합시다. 비록 그동안은 주인의 불찰로 개점휴업이었지만 그래도 ***양이 큰 일 했습니다.]

[이어지는 글 주인의 변명 2 01.12.29 03:01 컴퓨터가 탈이 나서 이제서야 고치고 사이트를 점검하다가 문득 몇 달 전에 개업한 다음을 방문했더니만 글쎄 *** 회원이 그동안 그래도 무심하기 짝이 없는 나대신 카페의 명맥을 이어준 사실을 알고 얼마나 고맙고 나 자신이 또한 부끄러웠는지 모른답니다.--이어짐]

다음은 그 13년 후 마지막 올린 카페지기의 글이다.

 [2014문학교실(고2) 문학비책67쪽8번-문학작품의 감상법, 68쪽(나)-비유와 상징,69쪽2번-미의식 4번-객관적상관물, 어조 등 5파일 올림 조회 174 14.06.17 10:26]

   이후 내가 퇴직하고 난 후 더 이상 학습의 대상이 되는 학생 회원이 없으니까 자연스레 공식적인 카페 활동은 중단한 상태이다. 그래도 많은 제자 회원들이 잊지 못해 가끔씩 찾아오고 또 나의 게시물 아래 답글이나 댓글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연을 남기고 간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는 이를 집중적으로 정리해볼까 한다. [/국어사랑모임/ http://cafe.daum.net/lovekorla]  2020.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