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生涯)의 아이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6/이 시간이 내 생애의 수업의 마지막 시간이다

청솔고개 2020. 8. 30. 20:25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6

                                 청솔고개

   2014. 8. 29. 금. 갬.(후편)

   2교시에는 오늘 퇴직을 앞둔 다른 퇴직 동기 둘과 같이 인사 차 교장실에 다녀왔다. 두 시간 내리 수업이 없어서 남은 일을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퇴직 동기 둘로부터 인터넷 사이트 프로그램에서 처리하는 명예퇴직금 신청 절차에 대해서 도와달래서 처리해 주었다. 내 마무리 일은 못하고 그냥 보내버렸지만 그래도 같이 나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마지막 날을 보내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6교시, 2-3, 내 생애 마지막 날 마지막 남은 한 시간 수업이다. 아이들도 푹 가라앉은 표정이고 반분위기도 많이 고요하다. 원래 이 반 아이들은 매우 침착하고 좀 어른스러운 분위기였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나의 진심이 더 많이 닿도록 마음을 쓴 게 생각난다. 그 중심에 있는 몇몇 아이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래서 그 아이들이 참 인상 깊다. 참한 아이들이다. 아이들 모두가 개인적으로 아름답고 예쁜 사진이 있는 엽서에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남긴 편지를 써서 내게 전해준다. 모두들 사연이 진실하고 곡진하다. 진실한 아이들의 심중과 반 분위기가 느껴진다. 고맙다. 이 시간이 내 생애의 수업의 마지막 시간이다.

   2-3 아이들의 편지 모두는 드러내기 힘들고, 특히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경청하거나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잠시라도 나하고 교과와 학교생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특히 인상이 선명히 남거나 기억되는 아이들 것 중 2,3편을 소개해 본다.

   [ㅇㅇㅇ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2-3 ㅎ입니다! 선생님께서 퇴직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ㅠㅠ 아버지처럼 푸근하시고 인자하셔서 선생님의 수업이 항상 즐거웠는데 더 이상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답니다. 선생님께서 숙제로 내 주신 우리지방 고유의 사투리들, 종종 하던 넌센스 퀴즈와 어휘력 퀴즈, 청솔고개의 희망편지, 이어 마이크를 사용하시던 모습... 모두 잊지 못할 거여요ㅠㅠㅠ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던 모습이 늘 인상 깊었어요. 직업에 충실하시던 모습은 정말 멋졌고 제가 나중에 자라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 때, 선생님처럼 직업의식이 투철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선생님, 약 6개월 동안 정말 감사했고 선생님의 제자여서 너무나도 영광이었어요♡ 부디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ㅎ올림]

   [ㅇㅇㅇ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ㅎ입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제자가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늘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인생을 살아갈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사투리의 미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선생님의 ‘같이 가야지’라는 말은 잊지 않겠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그리도 이 편지가 이제 저를 대신해서 선생님과 함께 가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이 알아보실 수 있도록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이만 편지 줄이겠습니다.

청솔고개의 희망편지를 이제 말이 아닌 선생님의 삶을 통해 배우겠습니다. 선생님은 진정한 선생님이셨기에 좋았습니다. 학교를 떠나서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곳에 여행도 많이 다녀오실 거죠?^^ 가르쳐 주신 은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ㅎ올림]

   [ㅇㅇㅇ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3반 ㅁㅇㅇ입니다. 선생님께서 곧 저희학교를 떠나신다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수업을 더 이상 못 듣는다고 생각하니까 무척이나 슬프고 아쉽습니다. 덜 졸고 선생님 수업 더 열심히 들을걸... 하는 후회가 돼요. 항상 너그러운 미소와 따스한 웃음으로 “같이 가야지.”하시던 선생님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그리고 40년 넘게 교직에 종사하시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 꿈이 선생님인데 저도 커서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더 이상 선생님과 수업을 함께 못하지만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꼭 수능 때 좋은 결과 얻도록 노력할게요. 선생님 수업 시간에 쓴 수필로 작가 되어 발표도 해보고 넌센스, 난센스 퀴즈&어휘 퀴즈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함께 한 지난 수업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정해진 퇴임 송별연 장소로 후배 ㅇ부장 차로 가고 있는데 몇몇 교직 동료들로부터 명예퇴직 송공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 잠시 시간이 있어서 밖에서 답신을 보냈다. 밖에 있으니 우리 행정실에 근무하는 ㅂ 제자가 안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식장에는 아직 몇 사람 와 있지 않다. 교장 옆에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송별식은 교장 인사말, 꽃다발 증정, 재직기념패 증정, 인사발령장(하루 교감 특진 관련) 증정, 퇴임자 인사말 등으로 진행되었다.

   나의 송별 인사말 할 차례가 되어  ‘좋은 분들, 좋은 아이들 두고 이렇게 가서 참 아쉽다. 그 동안 모두들과 좀 더 다정하게 대화 많이 나누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서 참 섭섭하다. 모두들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한다.’는 요지로 짤막하고 차분하게 건넸다.

   이제 정말 마지막인가. 자리에 앉아 있으니 좀 인연이 있다는 동료후배들이 하나씩 모두 와서 권주한다. 오늘은 나도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면서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권주했다. 그 중 엊그제 식사를 주고받았던 ㅇ동료, 내가 혼인 바로 후 재직했던 인근 시의 학교에서 나에게 배웠던 행정실 근무 ㅂ제자, ㄱ, ㅇ 등 특별한 인연이 있는 몇몇에게는 특히 심중의 간곡한 대화를 잠시 나누었다.

   ㄱ 후배교사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서 참 민망했다. 한때 우리 딸을 잘 키워주신 고마운 정을 생각해서 그런가 보다. 한 잔 한 잔 거듭되다 보니 나는 만취 상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모두들 같이 돌면서 석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떴다. 이런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면서.

   올 때도 그냥 후배 부장 차타고 집에 왔다. 오로지 나에게는 끝까지 부장이다.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이래서 나의 교직 생애 마지막 날은 거의 만취 상태로 집에 오는 것으로 마감한다. 오늘은 이리해야 하는 것 같다. 맨 정신으로 나오면 왠지 안 될 것만 같았다.  2020.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