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7일, 오전,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애로우타운, 푸카키 호수의 마운틴쿡 전망대, 푸카키 호수, 2016. 9. 28. 수
청솔고개
08:00, 호텔에서 애로우타운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때 골드러시를 맞아서 금광 개발하던 마을이라고 한다. 동네를 다 둘러보는 데는 30분도 안 걸린다. 역사의 깊이 다른 우리와는 달리 이런 금광 마을도 방문지로 개발한 것 같다. 마치 미 서부 사막지역의 은광 지역을 볼거리로 만든 것과 같은 발상이다.
아침 날씨가 아주 쌀쌀하다. 우리나라 3월초 날씨다. 방한점퍼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벚꽃은 피어있고 튤립 등 다른 봄꽃도 우리를 반겨주어 마음으로는 추위가 덜하다. 뉴질랜드 남섬 여러 곳을 오가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엷은 연두색 수양버들잎들이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들판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있는 수양버들만 보면 내 마음이 더욱 포근해지고 행복감에 젖어든다. 고향 마을, 산천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거의 동쪽으로 차가 달린다. 다시 과일가게가 있는 마을을 지나 설산 아래 왼쪽 인공호수를 지난다. 가도 가도 거의 같은 풍광이 이어진다. 이국적 풍광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여정일 것 같다. 나는 이런 게 더 좋다.
여기도 연둣빛 수양버들, 아직 겨울 빛을 벗지 못한 장대한 미루나무, 그 옆으로 땅버들 군락이 보인다. 연둣빛은 생명의 빛이다. 그 옆으로 개울물이 정답게 졸졸 흐른다. 봄 시내다. 이것만 보면 영락없는 우리나라 초봄의 정경이다. 그래서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사실 이곳은 한번 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다. 그래도 또 새로운 기분이다.
10:00, 마치 우리나라 크고 작은 고분군 같은 구릉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마치 외계 행성의 표면 같다. 어찌 보면 마른 버섯 표면 같기도 하고, 굶어죽기 전에 말라빠진 소의 등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0:45, 플라잉낚시를 하는 사람이 보인다. 오른쪽은 이 땅의 최초에 만들어진 와이너리가 라고 한다. 갑자기 우리나라 같은 북반구의 벚나무를 여기다 바로 옮겨 심으면 그 꽃은 언제 피는지, 봄인지 가을인지가 궁금해진다.
갈 때 잔뜩 흐린 마운틱쿡 산이 또 구름에 가려 있다고 가이드가 안타까워한다. 직업상 가이드의 그 심경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세상에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기쁠 때, 가장 슬플 때, 최고의 음식,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 앞에 있을 때, 간절히 떠오르는 한 사람이라고 나는 강조하곤 했었다. 양쪽으로 호수를 지난다. 여기서 세계 최초로 연어를 양식한다고 설명한다.
11:00, 주유소에서 잠시 기름 넣고 다시 출발, 이번엔 끝도 없는 미루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투와이 호수가 보인다. 많은 마니아들이 등산, 골프 등을 여기서 즐긴다고 한다.
11:12, 또 도로 양 옆은 마치 사막 같은 광활한 평원이다. 농사용 빨간 경비행기가 떠 있다. 푸카키 호수의 마운틴쿡 전망대에 내렸다. 세계적인 등반가 에드먼턴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 정복을 위해 이 산에서 훈련을 한 것으로 많이 알려진 산이다. 이 지역이 연 강수량이 수천mm가 되니 아무래도 맑은 날 보기가 참 어렵다는 건 익히 알겠다. 삼림 속에 거미줄처럼 걸려 있는 이끼더미와 고사리 등 양치식물 자생 군락이 그것을 말해준다.
푸카키 호수는 거울이다. 주변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그 큰 규모에 비해 호수 주변은 아무 것도 없다. 휑하게 뚫려 있다. 황량하다. 푸카키호수는 트와이젤이라고도 한다. 고요한 호면은 바로 거울이다. 눈 덮인 먼 산, 하늘의 구름떼, 호수 양쪽 긴 곶에 마치 빗처럼 뻗어있는 침염수림 그림자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래서 어느 것이 실체고 어느 것이 그림자인지 혼동된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이게 혹 전개될 나의 앞날의 모습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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