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6일, 오전,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거울 호수, 호머터널, 2016. 9. 27. 화
청솔고개2020. 10. 24. 01:09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6일, 오전,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거울 호수, 호머터널, 2016. 9. 27. 화
청솔고개
오늘은 드디어 남섬 자연의 백미, 피오르드 국립공원 탐방하는 날이다. 기대가 된다.
새벽에 둘째하고 연락이 닿아서 다행이다. 고향에서 제일 자주 보는 친구 하나에게서도 답신이 왔다. 아직도 컴컴한 새벽인데 일찍 아침 식사를 했다.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 날씨는 아직도 잔뜩 흐리다. 멀리 산록에는 구름인지 안개인가 짙게 드리우고 있고 그 앞의 테아나우 호수를 배경으로 몇 장 기록해 놓았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바로 이 테아나우 호수 가였다. 인공 둑이 없는 자연 호수는 자연 미인이다.
07:55, 호텔을 출발했다.
여전히 날이 좀 흐리다. 쌀쌀한 느낌마저 든다. 아직도 하늘엔 짙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마치 가을날의 스산함 같은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08:45, 이글링턴 벨리를 지난다. 이 골짜기 사이는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이 형성돼 있다. 백만 년 전 빙하가 지나간 흔적답게 아주 비현실적인 골짜기에 마른풀만 가득하다. 양 옆으로 숨 가쁘게 드리우고 있는 산록에도 안개와 구름, 마른 풀밖에 없다. 좀 몽환적인 풍광이기도 하다. 차 안에서 뛰쳐나와 토끼처럼 깡충깡충, 수리처럼 양팔을 들어 올리면서 몸도 풀고 허리도 폈다.
거울 호수에 도착했다. 그런데 날이 흐려서 고요하다 못해 미동도 안하는 수면이 거울 구실을 제대로 못한다. 기대하던 풍광은 못 보았다. 아쉽다. 그래도 잘 다듬어진 길을 잠시 걸으면서 몸을 풀었다. 여기서부터의 식생이 밀포드사운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것 같다. 숲속은 제법 어두컴컴하다. 먼 산에는 여전히 안개와 구름이 덮여 있다. 그 밑으로는 더 흰 만년설이 막 헤집고 나온 햇살에 반사돼 부드럽게 빛나고 있다.
09:17, 해발고도 600m를 지난다. 길 양 옆으로 건 호수, 퍼거슨 호수 등 온통 호수로 둘러싸인다.
호머터널을 지난다. 한 개인이 완성한 이 터널이 생기고부터 육로로 접근할 수 있어서 탐방객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10:20, 마침내 하늘이 맑아진다. 오늘 밀포드 사운드의 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행운이 따를 것 같다. 차가 이끼와 잎들로 더욱 짙어진 삼림 지대로 접어든다. 어느 고개에 올라서 잠시 쉬어간다. 날이 더 많이 갠다. 산봉우리가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광채를 뿜고 있다. 그래서 산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다. 음영이 뚜렷하다. 며칠 만에 보는 진한 햇살인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나무 등걸의 껍질은 완전히 낯설어 보인다. 자작나무나 느릅나무, 플라타너스 나무의 껍질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있는 형국이다.
바로 옆 현지인인 듯 한 사람들이 몰고 온 작은 캠핑카가 여기서는 딱 맞을 것 같다.
한참 진행하니 바로 옆으로 만년설에서 녹은 물들이 폭포를 이루어 하늘에서 훑어지는 것 같다. 협곡을 빠져나왔다. 또 넓은 광야가 펼쳐진다. 마른 풀밭 사이로 작은 개울에 빙하수가 청청하게 흐른다. 물이 어름처럼 차갑다. 모두들 물병을 내서 물을 담는다. 맑은 빙하물이 흐르고 있었다. 손을 담그고 얼굴도 훔쳐보았다. 그 바로 뒤 산 앞 수풀에는 새하얀 안개 더미가 피어오르고 있다.
차를 세우고 다시 숲길을 걷는다. 고사리류와 이끼더미, 굵은 나무 등걸이 혼연일체가 돼 있다. 얼핏 보니 털복숭이 우랑우탄이나 침팬지들이 서로 뒤엉켜있는 형국이다. 갑자기 뭔가 확 뛰쳐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모든 윤곽은 파스텔화로 처리된 듯 부드럽다. 여기가 바로 '반지의 제왕' 촬영지다.
여기 피오르드 국립공원에서는 밀 포드 사운드가 중심이다. 여기 기후의 특징은 연 강수량이 8,000mm이고 많이 내릴 때는 한번에 300mm도 내린다고 한다. 돌과 바위 위와 나무에 덮여진 이끼가 장관을 이룬다기보다 거의 몽환적이기까지 하다고 한다. 밀 포드 사운드는 정확히 뉴질랜드 남섬 남서쪽의 15km나 이어진 피오르드 해안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밀 포드 트레킹이라고 하는 상품이 따로 있는데 보통 3박 4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