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6일, 오후,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유람선 탑승, 라이언마운틴과 마이터피크, 스털링 폭포, 퀸즈타운, 2016. 9. 27. 화

청솔고개 2020. 10. 24. 01:11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6일, 오후,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유람선 탑승, 라이언마운틴과 마이터피크, 스털링 폭포, 퀸즈타운, 2016. 9. 27. 화

 

                                                                                                       청솔고개

   드디어 밀 포드 사운드 탐방하기 위한 선착장에 이르렀다. 우리가 타는 배는 별로 크지 않았다. 아담했다. 배는 협곡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배위에서 점식 식사가 나왔다. 나는 순간순간 펼쳐지는 환상적인 정경에 제대로 식사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 시간마저 아까웠다. 조금 진행하니 왼쪽 훤히 트인다. 바다의 수평선이 확 드러난다. 다시 협곡 안으로 들어오니 가까이 바닷가 갯바위에 물개 열 마리 정도가 모처럼 햇볕에 달궈지는 바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다시 깎아지를 듯 한 협곡이다. 옆으로는 웅장한 산록이 펼쳐진다. 라이언마운틴과 마이터피크라고 안내한다. 모든 자연 풍광은 그야말로 인간의 손때 하나 안 묻은 천연보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털링 폭포 가까이 간다. 모두들 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하늘 직벽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바로 내리꽂히는 느낌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를 것 같은 물결, 그 너머 우람한 협곡, 협곡을 지탱하고 있는 울창한 삼림, 갖가지 형상의 바위, 그 뒤로 만년설을 뒤집어쓴 피크, 그 피크에 빛나는 햇살이 바로 밀 포드 피오르드의 원근법이다.

   2시간 가까이 대자연의 교향곡 연주는 배에서 내리면서 끝이 났다.

   14:40, 구름 사이로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흰 눈 덮인 설산, 그 앞 초원에는 어미 양이 어린양을 데리고 있는 모성과 자연의 한 폭 가족화다.

   15:25, 터석 보호지대를 지난다. 철조망이 쳐진 초원은 개인 소유고 없는 것은 나라 땅이다.

   16:30, 조림이 더욱 잘된 산을 지난다. 산 이름은 ‘NO GATE MOUNTAIN, MIRROR BIRD MOUNTAIN’

   16:45, 절경의 와카티푸호수를 끼고 계속 달리다가 킹스톤 동네를 지난다. 호수의 끝부분이다. 과거에는 언슬로우 증기선이 이 호수에 운행했다고 한다. 우리는 잠시 내려서 낡은 증기선의 잔재가 남아 있는 선착장 위에서 우리는 갖가지 포즈로 기념 촬영을 했다. 한국의 유명배우 하나가 여기서 취했다는 포즈를 상상하면서.

   호수 둘레를 산책하고 돌아 나오는데 입구에서 지금까지 본 나무 중에서 내게 가장 큰 어떤 영감을 줌직한 나무 두 그루를 발견했다. 만고풍상을 혼자 겪은 듯 한 등걸과 바람에 휘날리는 잔가지와 잎들이 비장한 위엄을 주는 것 같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뒤 호수 너머 설산에도 저녁 햇살이 내려앉는다. 호수와 설산을 배경으로 한 해질녘의 풍광은 장엄하고 예술적이었다. 바람이 더욱 세차다. 하늘의 구름도, 설산의 만년설도 휩쓸고 가버릴 것만 같다. 우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열심히 포즈를 취해본다. '이렇게 인생 한 순간이다' 라고 하면서.

   해질 녘에 다시 퀸즈타운으로 돌아왔다. 비가 내리는데도 거리 좀 구경하고 반주 한 잔 곁들인 화기애애한 동행팀들과의 식사 후 호텔 한 방에 우리 팀들만의 회동. 역시 한 잔 하면서 여행의 중간 평가.

   뉴질랜드의 남섬 퀸즈타운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한다. 오래 기억하려고 애썼다.

                                                                                          2020.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