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첫날(1/2)
청솔고개
초저녁에 자고 일어나서 새벽까지 여행 준비를 했다. 이번 여행이 아무리 낭만적이고 가슴 설레게 하고 나의 로망이라 하더라도 불쑥불쑥 치미는 불안과 어지러운 마음은 나의 가슴을 늘 힘들게 한다.
새벽 2시 40분쯤 나섰다. 이번 여행으로 내 가슴의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녹여지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마음은 바빴지만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래도 4,5분 정도 남았다. 차 출발 후 좀 있다가 곧 잠이 들었다. 다리가 또 저려오기 시작한다. 불안하고 힘들다. 이 여행이 잘 될까하는 의구심도 불쑥 든다. 아내는 아침 식사하기 위해 왔다 간다 한다. 말은 못하고 내심 짜증이 난다. 여행사 관계자를 만나기 전에 근처 가게에서 떡과 바나나 우유로 아침 식사를 했다. 사전에 인터넷 자료로서 안내된 장소에서 **투어프리 관계자를 만났다. 항공권, 현지에서의 간단한 안내 자료를 받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동안 준비한 모든 걸 이제 적용해 보는 거다.
***항공사 카운터에 가서 탑승권을 받고 짐을 붙였다. 다음은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좀 망설이고 있다가 물었더니 아무데나 하면 된다고 해서 바로 들어갔다. 먼저 가방과 소지품을 검색대에 올려서 통과시키고 몸수색 후 다시 출국 심사대로 갔다. ***항공이 다행히 국적항공이라서 더 친근감이 들고 긴장이 덜 되었다. 심사대를 통과 후 이제 면세점 지나 게이트를 찾으면 된다. ***항공은 공항 전동차를 타고 좀 옮겨 가야했다. 저가 항공이라서 이런 구석에 배치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째가 예매한 화장품교환권을 가지고 아내가 물품으로 교환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잘 된다. 드디어 탑승, 자유인, 자연인이 비로소 처음으로 자유여행 도전 출발이다. 이제 아내도 좀은 안도하는 표정이다. 항공기는 구름이 하얗게 탐스럽게 덮인 창공을 순조롭게 항행한다.
그런데 하나 미비한 게 드러난다. 아직 종합적인 가이드북을 구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게 출발 때부터 켕긴다. 그런데 옆 30대 후반 쯤 되어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가이드북을 지도만 떼어내고 내게 준다. 이런 행운이 있나! 이 옆자리 사람은 자기에게 딱히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이러니 분명 이번 여행은 성공이라는 예감이 든다. 참 고맙다. 이름을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오비히로 방향으로 렌터카나 JR로 가려고 하니 오비히로보다는 차라리 비에이, 후라노 코스가 더 자연 풍광이 좋다고 조언해 준다. 여행의 정보는 이렇게 실제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생생한 법을 내 몸소 체득한 셈이다. 좌석이 창 쪽이라서 때로는 솜털처럼, 때로는 만년설처럼 희고 보드라운 구름송이들이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출몰하는 게 장관이다. 그 동안 비행기 많이 타 보았지만 이번처럼 구름송이가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드디어 14:00 다 되어서 홋카이도 삿포로 근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의 규모가 상당하다. 입국 신고서를 제출하는데 호텔이름을 한국어로 써 놓았더니 일본이 직원이 약간 갸우뚱하면서 영어로 다시 써준다. 아내는 내가 나온 뒤에도 한참 있다가 나온다. 좀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눈을 흘긴다. 역시 호텔이름 영문 표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러면서 살짝 엿보고 해결했다나. 제법 장하다. 내 아내, 그 순발력, 임기응변은 천생 여행자 체질이라고 추어주었더니 아내도 좋아한다.
이제부터다. 우리는 두리번거리다가 여행 안내소를 찾아냈다. 한국말로 잘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약간 어리둥절해 하니 한 오십대쯤 돼 보이는 여자여행객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온다. JR로 가도 되지만 다시 지하철로 갈아 타야하니 초행길은 힘이 든다 하면서 버스로 가면 된다고 말해준다. 우리는 버스표 자동판매기에서 안내원이 말하는 대로 삿포로도심편 버스표를 2장 구입했다. 그리도 자기도 그쪽 방향으로 간다고 한다. 나카지마고헨역(中島公園驛)에서 내린다고 하니 아마 자기가 내린 다음, 다음 쯤 될 것 같다면서 말해준다. 이런 친절한 경우가 있다니. 역시 여행이란 이래서 신나는 거다. 이외의 상황에서 이외의 행운이랄까, 도움이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버스 타는 곳까지 갔는데 제복 입은 노인 분들이 친절히 또 안내해 준다. 아까 그 여자 분은 자기는 한국 사람이며 이름은 ***라고 하고 일본의 전화번호도 알려준다. 필요할 때나 위급할 때가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한다. 참 고마운 분이다. 친절하다. 외국에 오면 다들 이렇게 되나보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오고 있었다. 제복 입은 노인들이 일본말로 뭐라고 하는데 가만 눈치를 보니 한 줄 서달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기사가 버스 트렁크에 가방을 실어준다. 공항이라서 이런 서비스가 있는가 보다. 맨 먼저 버스에 오르는데 버스 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서 타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몇 자리만 비어 있고 다 차 있었다. 남한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일본인 기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2014. 11. 10. 월. 흐림] 2020.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