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청솔고개
첫째 날. 2017.12. 18. 월. 맑음
쿤밍 여행 가방을 챙겨서 터미널에 도착하니 11시 20분. 지치고 찢긴 마음이라도 여행 떠날 땐 생생한 설렘이 있다. 동행친구가 약속한 대로 예의 그 깔끔한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단둘이 고향 친구와 여행해 보기도 처음이다. 2시간 지나가다가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순두부 밥값은 동행친구가 냈다. 많은 이야기도 없이 쉬면서 자면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에너지를 축적한다고나 할까.
폰에 다운 받아 놓은 내 생애기록도 훑어보고 ‘관계운운~’ 하는 책도 꺼내서 읽으면서 졸거니, 옆 동행친구와 대화하거니 하다가 보니 벌써 영종도 공항으로 가는 긴 다리가 보인다. 이 섬으로 가는 긴 다리는 여전히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벌써 이국의 풍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강풍의 저항으로 차가 뒤뚱뒤뚱 기우뚱기우뚱한다. 도로 바닥이 살짝 언 것 같은데 차가 막 질주한다. 적이 걱정했던 날씨는 여행에 완벽하다. 허옇게 눈을 뒤집어쓴 공항주변의 건물을 볼 때마다 탄성이 속으로 배어나온다. 도착하니 오후 4시. 아직 3시간 더 남았다. 좀 있다가 지하 1층 대중식당에 해물순두부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식비 8천원 내가 냈다. 공항 식사 치고는 싼 편이다.
오후 7시 좀 지나서 여행사 데스크에 갔더니 동행할 일행 4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여행객들이다. 짐을 부치고 탑승수속을 했다. 리튬 건전지 등이 장착된 보조배터리 등은 기내 가방에 넣어야 한다는 걸 재확인했다. 동행친구는 이를 반대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확인하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식수나 주류 등 액체 류는 화물 가방에 넣어서 부쳐야 한다. 동행친구가 자기 부인에게 부탁 받은 걸 면세점에서 구입하려고 찾아보았지만 절품되었다고 했다.
저녁 9시 좀 지나서 탑승하러 전차를 타고 이동했다. 드디어 이제는 오지여행가 한비야가 그의 기록에서 찬탄해마지않았던 쿤밍 간다. 그 꽃의 도시를 상상해 본다. 가슴이 좀 설렌다. 중국여행하면 기체의 흔들림으로 늘 스릴 만점을 제공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동방항공 MU2004로 22:45에 인천출발, 03:05 쿤밍도착으로 안내된 대로 4시간 35분의 중국 길로는 비교적 긴 하늘 길에 올랐다.
이제 예부터 사계절 모두 봄처럼 따뜻하고 언제나 꽃이 만발하여 ‘춘성(春城)’라 이름 지어진, 구름의 남쪽이라는 뜻의 윈난[雲南] 성의 성도 쿤밍으로 간다. 윈난 성은 중국의 소수민족 55족 가운데 24족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라오스, 미얀마와 접경하고 있는 윈난 성 인구 4,600만 명 중 3분의 1이 소수 민족이라고 하니 이번 여행에서 그 문화의 다양성과 풍광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진다.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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