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청솔고개
둘째 날. 2017. 12 19. 화. 흐렸다가 갬
새벽 03:05에 쿤밍[昆明] 창사[長沙] 국제공항에 도착. 비교적 정확하다. 우리를 기다리던 가이드는 젊은 조선족 출신이다. 발음이 좀 어눌한 이 가이드가 사철 꽃의 도시에 온 기념으로 장미 한 송이씩을 선물한다. 신선한 감동이다. 이제까지 여행하면서 가이드한테 꽃을 받기는 처음이다. 깜깜한 새벽길을 10인승 승합차로 30분 정도 이동해서 호텔 도착. 두 세 시간은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10시에 호텔에서 출발. 근처에 쿤밍역이 보인다. 안개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약간 흐린 날씨다.
10시 20분에 원통사 도착. 전형적인 중국풍 사찰이다. 붉은색과 황금색이 현란하다.
이어서 11시에 나봉산(螺峰山) 아래 운남대학(雲南大學) 정문 맞은편의 취호(翠湖)공원 도착. 여기 난데없이 갈매기 떼가 호면을 덮는다. 수양버들, 미루나무, 대나무 숲이 초가을의 정감을 자아내고 있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갈매기 모이 준다고 들뜬 모습으로 취호공원을 즐기고 있다. 새삼 내가 이리 생존해 있음이, 이 순간이 감사하다. ‘모든 걸 다 차치하고라도. 너무 많은 걸 완벽히 이루려 하지 말자. 내 삶에서 결핍과 불완전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받아들이자.’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11:30에 근처 운남육군강무당을 찾았다. 중국 근대 역사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1916년에는 대한의 이범석을 비롯한 4명의 한국청년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였으며, 한인들의 입교는 11기에서 19기 사이에 활발하였다고 한다. 여기 졸업한 한국인의 수는 50여 명이나 되고 이들은 만주지역의 독립군이나 독립운동 진영에서 조직한 군사조직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1시 쯤 되니 햇살이 나온다. 겨울인데도, 같은 북반구인데도 이렇게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봄철 꽃 보는 건 어디서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점심은 현지 식으로 쌀국수를 먹었는데 내겐 향이 좀 있어서 맞지 않았다.
14:00. 다음은 곤명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서산 용문을 찾았다. 버스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모두 진초록색 원시림. 2,500m 서산용문으로 가는 도로를 가벼운 차림으로 등산하듯 걸어가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영판 초가을의 풍광이다. 햇살도 다사롭다. 여기저기서 검붉은 장삼을 입은 키 큰 스님들이 허우적허우적 걸어간다. 올라가는 길은 전동차, 리프트 등을 활용해서 편하게 유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아득해서 바다 같은 곤명호가 발아래 있다. 내려오는 데는 계단과 석굴이 군데군데 오른쪽 곤명호를 옆으로 하고 비경을 이루고 있었다. 불교 풍, 도교 풍 건물들이 벼랑 끝에 걸려 있다. ‘천대(天臺), 천림해경(天臨海鏡), 용문(龍門), 진무전(眞武殿)’ 등 많은 현판이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글씨로 잘 새겨져 있다. 오후 3시 좀 지나서 탐사를 마치고 나왔다. 내일 선택 관광 토림[土林] 가기 위해서 일정이 다소 조정되었다.
15:20. 24개 민족들의 촌락이 구분되어 조성되어 있는 운남민족촌(雲南民族村)과 운남민족박물관(雲南民族博物館)을 찾았다. 태족, 장족, 이족 등 소수민족의 이름이 익숙하다. 독률족, 율속족은 그 이름도 낯설다. 태족의 집 구조를 살펴보았다. 침실, 거실, 주방이 구분돼 있는 게 나름대로 아주 세련돼 보인다. 와족 남자는 피부색이 검을수록 미남이라는 사실, 3천명 밖에 생존하지 않은 브라운족, 기독교문화를 받아들인 묘족 등 얽인 이야기가 많다. 목련꽃망울이 맺힌 정원 옆 공연장에서 소수민족의 공연이 막 끝났다. 호수와 다리, 처음 보는 기이한 정원수, 아열대수림 등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 따스한 날씨에 어울려진 소수민족의 생활과 역사, 문화에 관한 소박한 볼거리가 좋다.
오면서 보니까 이 도시는 정말 나무와 꽃, 풀이 지천이다. 겨울 석양빛 햇살에 비치는 모든 게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다른 도시와는 분명히 차별화 된다. 그만큼 자연이 풍요롭다. 넉넉한 느낌이다.
이어서 ‘京川野菌玉’이란 식당에서 전통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나오니 저녁 8시가 지났다. 20:15. 호텔에 돌아왔다. 같은 호텔 같은 방에서 이틀째 묵는다. 오늘 많이 걸었다. 오늘 운동량은 충분한 것 같다.
2020.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