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청솔고개
넷째 날. 2017. 12. 21. 목. 맑음
벌써 여행 4일째. 오늘은 ‘석림(石林)’과 ‘구향동굴(九鄕洞窟)’ 코스.
05:30에 기상. 06:20 식사 하러 식당 갔더니 아직 차리지 않았다. 좀 기다려서 식사했다.
07:35. 로비에 모였다. 바로 게르마늄 가게에 가서 1시간 쯤 머물렀다가 출발했다. 올봄 둘째와 아버지와 같이 성도 여행 때 아버지께 사드린 게르마늄 팔찌가 생각난다.
‘春城’은 꽃과 바람 그대로다. 이름 모를, 생전 처음 보는 나무와 꽃. 겨울 속의 초여름 혹은 늦가을의 풍광 그대로다.
출발하면서 아침에 여자 대표가 운전기사한테 팁을 좀 줘야 하지 않나 하는 제의에 우리가 가이드 경비에 다 포함되어 있다면서 동의하지 않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출발해서 바로 쇼핑센터에 들렀다. 이어서 석림 행 고속도로 위. 차가 많이 막힌다. 어제 비가 와서 노면이 살짝 얼어서 그럴 거라고 가이드가 말해 준다. 이 설명은 지금까지의 가이드 행태로 보아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차가 가다서다, 기다시피하는 시간에 동행친구와는 대학원 공부하던 이야기 등을 서로 나눈다. 서로 충분히 경청하는 여유 가진다. 여행지에서의 느긋함이 여행자의 필수 조건이자 미덕 아닌가.
09:43. ‘징강(澄江)’ 표지판 통과. 문득 트럭 뒤에 ‘慢’이란 글자가 쓰여 있다. 천천히, 속도 줄이라는 뜻인가. 이제 가이드한테 묻기도 민망스럽다. ‘송무(松茂)’란 이정표도 보인다. 좀 지나니 ‘石林 54km’이정표가 보인다. 석림은 남서쪽 방향 같다. 10시 좀 지났는데 차가 많이 정체된다. ‘小車70km’ 표지판, 아마 소형차 제한 속도 70km란 뜻 같다. 그런데 우리 10인승 소형차가 좀 과속하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려서 무척 신경이 거슬린다.
남편이 모두 퇴역공군부사관 직업군인인 부인들 넷이 아주 정답고 서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즐긴다. 우리와 좀 익숙해졌는지 장난기도 좀 발동한다. “사탕 모자라서 그러는데 다섯 번만 빨아먹고 드릴까요?” 한다.
‘의량(宜良)’ 이정표를 지난다. 오늘은 마치 초가을 날씨 같다. 미루나무가 열병식을 하듯 서 있다. 10:50. 드디어 여자 일행 둘이 소변을 참지 못하고 비상 정차 한 후,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숲속에 가서 볼일을 본다. 허허, 참. 위험천만한 일이다. 동행친구도 힘드는 모양이다. 그러니 여행지에서 철칙, 비울 기회엔 반드시 비워라. 몸도, 마음도, 대소변도....
11:30. 드디어 톨게이트 지난다. ‘石林环島 SHILIN ISLAND’안내 표지판이 크게 보인다. 석림배도(石林环島)의 ‘环’는 구슬이란 뜻.
바로 점심 식사. 편백나무 제품 파는 쇼핑센터 행. 이어서 석림을 탐방한다. 입구는 잘 가꾸어진 정원. 기화요초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고 그 사이로는 봄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이어서 호수 위 돌다리를 건너는데 그 옆은 호수다. 오후의 햇살이 호면에 비쳐서 빛이 난다. 바위의 풍광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인공호수를 조성해 놓았다. 돌의 그림자가 아름답게 호면에 비친다. 원래 이곳은 해수면 같은 높이였는데 백만 년 전부터 솟아올라서 조성됐다고 한다. 큰 바위 기둥에 정말 큰 붉은 글씨로 ‘世界自然遺産’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 그 앞에서 둘이서 한 컷 남겼다. 이번 여행의 백미인 이곳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여기는 군데군데 바위에 노란색, 붉은색으로 큰 글씨를 새겨 놓은 것이 특이했다. 석림의 중심,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꼬불꼬불한 길, 전망대 겸 정자다. 사람들로 복잡하다. 둘러보는 게 모두 선경(仙境)이다. 양 사방으로 그야말로 ‘돌로 된 숲’이 풍요롭다. 북쪽 너머는 돌 숲. 그 너머 진짜 나무숲이 아스라하다. 사이사이 나무의 단풍 색깔이 아직 고운 게 영판 늦가을 풍광이다. 또다시 이 풍광을 배경으로 찰깍. 그야말로 돌기둥과 나무숲들의 환상적인 조화다. 돌의 숲, 숲의 위 가장자리에는 무슨 처리나 한 것처럼 테를 둘렀다. 그런 하얀 난간이 묘하다. 대석림 이어서 소석림 앞은 잘 가꾸어진 금잔디 풀밭이다. 마치 잘 꾸며진 골프장 같아 보인다. 동물원이 있다고 가이드가 너스레를 떤다. 내심 동물 모양 바위라고 생각이 돼서 물어보았더니 가이드가 그렇다고 한다. 난 이 곳의 돌기둥, 나무처럼 쭉쭉 뻗은 돌의 모습도 좋지만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숲들에 더 정감이 간다. 달려 있는 꽃들이 소담스럽다. 걸어 나오는 길도 정겹다.
15:30. 석림을 떠나 구향 동굴로 향한다.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15:45. 길가 마른 논에 소한마리 몰고 있는 아낙네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여기 땅은 모두 적토(赤土)다. 우리나라 붉은 땅, 전라도 땅 같다. 소 구루마에 옥수숫대를 싣고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밭에도 옥수숫대가 수북이 쌓아져 있다.
17:00 좀 지나 ‘九鄕’동굴 도착. 우리나라 김희선 배우가 중국 측과 합작한 영화 ‘神話’의 촬영지라고 안내돼 있다. 그런지 좀 친숙한 감이 든다. 들어가는 길은 아열대 원시림 그대로다. 그 아래로는 폭포 같이 흐르는 계곡 물의 굉음 천지. 잠시 배를 타고 암벽이 드리워진 동굴 계곡을 탐사한다. 10인승 보트 래프팅.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쓰니까 제법 많이 갈 줄 알았는데 바로 돌아온다. 좀 아쉽다. 그런데 동굴 안 계곡은 벌써 어둠이 짙다. 위로 훤히 비치는 하늘 옆으로는 아열대 원시림이 그 깊이를 모를 지경이다. 여기 혼자 앉아서 수염 길게 길러 피리나 불면 그냥 신선이 될 것 같다.
이제 본격 동굴 탐사. 엘리베이터로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거대한 지하세계에 거센 물길과 포효하는 폭포 굉음이 그냥 별유천지를 이루고 있다. 높이 80미터의 대광장은 거의 몇 백 평이 됨직하다. 그 옆 친절하게 ‘雲南九鄕 雌雄瀑布’라 전광판이 새겨진 쌍폭 앞에서 서로 인증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제는 눈이 부시고 귀가 멍멍하다. 석회암이 다랑이 논처럼 조성되어 따스한 느낌으로 온천물이라도 흘러내리는 것 같다. 곳곳에 번뜩이는 조명도 과장되었다. 과연 중국답다. 30분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 비경을 만끽하였다.
밖으로 나오니 해질녘이다. 리프트를 타고 원시림을 건너 출입구로 나온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붉은 절벽이 구향동굴의 입구임을 가르쳐준다. 막 해가 진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퇴근길에 겹쳐서 차가 많다. 도로가 막힌다. 1시간 이상 걸렸다. 밖은 벌써 한밤처럼 어둡다.
2020.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