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다섯째 날/관도고진, 이 여행의 포인트는 겨울 속에 봄의 꽃을 찾아 나서는 거다

청솔고개 2020. 12. 22. 23:31

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청솔고개

   다섯째 날  2017. 12. 22 금. 맑음

   쿤밍에서의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호텔 바깥이 첫날에 비해서는 청명해보였다. 가이드가 준 장미꽃 두 송이를 물병에 꽂아 놓았는데 아직 싱싱하다. 가이드의 멋이 새삼스럽다. 이건 사철 봄의 도시, 꽃의 도시의 증표인가.

   출발하기 위해서 나와서 호텔 밖으로 나가본다. ‘금화국제주점(錦華國際酒店)’ 간판이 간체자로 세로로 부착되어 있다.

   10시. ⁰보이차(普洱茶) 파는 가게에 들렀다. 이번이 나에게는 스촨, 윈난 여행 세 번째다, 여기 쿤밍의 이 가게에서 멀지않은 곳에 이 차의 명칭인 ‘보이(普洱)’라는 지명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는 꼭 하나 사고 싶었다. 220위안 주고 3년산 하나 샀다. 둥글게 포장된 것으로 마치 메주 뭉치 말려 놓은 것 같았다. 내겐 이제 녹차는 가고 보이차의 시대가 도래했도다하고 선언. 내가 이 차를 다 려서 다 마실 때까지의 나의 시간이 기대된다.

   맑은 날씨다. 마지막 날 곤명 시가는 초가을처럼 삽상하다. 활력이 넘친다. 무슨 말 끝에 우리가 묵은 호텔 침대에 가이드가 개인 소유인 전기매트를 미리 설치 해 놓았다고 하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첫날은 미리 침대 시트에 깔아놓았다는 걸 알았다. 모두들 감동했다. 이 신선한 감동과 더불어 맑고 밝은 날씨는 사철 꽃의 도시인 이 ‘春城’을 더욱 춘성답게 했다. ‘春城’하니 문득 강원도 춘천시를 둘러싸고 있었던 옛 행정지명 춘성군(春城郡이) 떠올랐다.

   바로 운남성 박물관을 찾았다. 여기는 중국 소수민족의 절반이나 되는 24개 소수민족이 산다고 한다. 바깥 정원이 파릇한 봄기운이 넘친다. 노랗게 핀 꽃밭, 싱그러운 차밭도 조성되어 있다. 그냥 우리나의 4월 초 같은 분위기다. 12월 말 저물어가는 철에 여기서 봄을 느끼다니, 여행이란 이런 게 묘미고 매력이 아닐까.

   이어서 관도고진, 소림사 가는 길에도 초가을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누르스름한 잎을 달고 있는 미루나무 숲길이 정겹다. 중국여행에서는 꼭 이런 중국풍 거리나 건물이 낀다. 소림사 앞 돌다리 밑 물에는 복을 빌러 던진 동전과 지폐들이 가득 잠겨 있었다. 지폐들이 물에 잠겨 있는 건 처음 본다. 대웅보전이니 하는 주요 건물은 모두 붉은색과 황금색이다. 대체로 붉은 색 바탕에 글씨나 조각이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나오는 길에 관도고진 옛 건물들. 그야말로 고색창연하다. 세월과 사람의 때가 그냥 묻어 있다. 그냥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삶의 흔적이 낭자하다. 벽이고 천정, 기둥, 난간이 전형적인 중국풍이다. 느릿느릿 완보하면서 이 여행의 마지막 여유를 즐긴다. 나오는 길에 샛노랗기도 하고, 선홍색을 띤 이름 모를 꽃들도 많이 피어있다. 자색 목련 송이도 보인다. 이 여행의 포인트는 겨울 속에 봄의 꽃을 찾아 나서는 거다.

   공항 근처까지 와서 점심을 하는데 이게 곤명에서 마지막이다. 반주 한 잔 했다. 다른 일행은 하지 않는다. 이제 오늘 저녁 8시 반에 인천으로 떠난다.

   현재 시간 17:05. 이륙한 지 20~30분 쯤 지난 것 같다. 옆에서 조잘대던 전역한 공군부사관을 남편으로 둔 네 부인네들의 목소리도 좀 잦아든다. 차창 너머 멀리 희끄무레하게 길들의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단 4일, 주마간산 여정의 이 길들. 엊그제 갔던 토림 가는 길인지 아니면 이름 모를 윈난의 어느 시골길이든지 광막하고 허허로운 느낌이 든다. 내 삶의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의 한 축소판인 거다.

   무연히 어제 낮부터 계속 온 통화 기록이 첫째동생 거다. 무슨 일인지 마음 쓰인다. 참 가련한 아이 같으니라고. 방의 난방은 잘 되는지. 또 몸은 안 아픈지. 아니면 아버지께 무슨 일은 없는지. 제발 무슨 일은 없어야 할 텐데. 현실로 귀환하려니 또 시름이 깊어진다.            2020. 12. 22.

 

[주(注)]

⁰보이차 : 중국어: 普洱茶, 병음: pǔ'ěr chá 푸얼차, 영어: Pu'er tea. 중화인민공화국 윈난성 남부 지방에서 생산한 발효차의 일종이다. 독특한 향과 색을 가지고 있으며 미생물로 발효한 후발효차 또는 흑차(黑茶)에 속한다. 이 보이차를 말이나 당나귀에 싣고, 티베트나 네팔, 인도에 수출한 길을 차마고도(茶馬古道)라고 한다. [위키백과]에서 따옴.

푸얼(보이, 중국어: 普洱, 병음: Pǔ'ěr)은 중국 윈난성에 위치한 도시이며, 보이차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2007년 4월 8일 쓰마오 시(思茅市)에서 명칭이 변경되었다. [위키백과]에서 따옴.

보이차라는 명칭은 차마고도 지역의 교역 거점 중 하나인 푸얼(보이)현(普洱县)이라는 마을에서 주로 거래되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위키]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