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셋째 날/토림(土林), 단단한 흙의 뼈대[骨組]만 남아서 기기묘묘한 자연 조각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육탈(肉脫)한 인체의 유해(遺骸)가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

청솔고개 2020. 12. 20. 23:55

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청솔고개

 

   셋째 날. 2017. 12. 20. 수. 맑음

   07:30 식사 후 09:00 호텔 출발. 오늘은 토림(土林) 행. 토림은 일행이 모두 선택한 관광코스다. 그래서 어제 130불씩 더 냈다. 출발하는데 안개가 좀 끼어 있다. 지도상 서북쪽인데 들녘은 오히려 더 아열대성 풍광이 된다. 노지에 파랗게 자라고 있는 토마토를 보니 여긴 거의 한 여름이다. 토림 가는 길은 토마토 밭이 끝이 없다. 이 황토는 고구마와 감자도 잘 된다고 한다. 10시 반쯤, ‘永仁’이란 이정표를 지나가는 길이 도로와 다리 공사로 막 파헤쳐져 있다. 목하(目下) 여기도 유명관광지로 개발 중인 것 같다. 나뭇잎과 풀들이 갈수록 더 새파랗다. 살펴보니 위도가 대만 남부 해안과 거의 일치한다. 한 여름은 40도 이상 올라간다고 했다.

   11:40. 토림 입구에 도착해서 다시 전동차를 타고 올라갔다. 좀 쌀쌀했다. 두꺼운 옷을 잘 입고 온 것 같다. 그래도 길 옆에는 소담스러운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망고나무도 보인다. 이국적이다. 풍화작용으로 부드러운 흙은 다 쓸려나가고 단단한 흙의 뼈대[骨組]만 남아서 기기묘묘한 자연 조각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육탈(肉脫)한 인체의 유해(遺骸)가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같다고 할까? 수백만 년을 거쳐 이루어진 지각 변동과 유수의 풍화 작용으로 흙이 만들어낸 숲이다. 세월과 자연의 조화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흙의 벽이 거대한 숲처럼 펼쳐져 있어 흙의 숲, 토림(土林)이라 불린다. 토림은 석림(石林), 채색사림과 함께 운남성의 삼림(三林)으로 꼽히며 각종 영화 및 드라마 로케이션은 물론, 생태 관광 학습, 사진 촬영, 4WD 오프로드 체험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돼 있다.

   12시쯤. 토림 보고 출발. 점심 식사 예정된 식당은 10분 거리. 12월 말인데 야외 방갈로 같은 식당에 현지식이 차려져 있다. 바람도 훈훈할 지경이다. 봄바람 같은 설렘도 있다. 역시 사철 꽃의 도시 곤명을 실감하겠다. 내가 준비해 간 소주 한 잔씩을 돌리고 나도 마셨다. 먼 이국 쿤밍에서 낮술. 더욱 기분이 좋다. 식사 후 밖에 나오니 지저분할 정도로 질퍽한 거리다. 엊그제 내린 빗물로 길바닥이 질척거린다. 가로수만은 더욱 새파랗고 이름 모를 탐스러운 꽃들이 풍요롭다. 축 늘어진 작두콩이나 아카시아 열매 같은 것이 달린 가로수의 이름이 궁금하다.

   1시간 쯤 가다가 ‘超市’[super market] 표기된 휴게소 편의점 들러서 친구와 의논한 대로 답례 및 친화 차원에서 한 통 6위안 하는 캔 커피 8개 사서 운전수까지 다 하나씩 다 돌렸다. 이러고 나니 마음이 좀 편했다. 기온이 더욱 한여름 같다. 토마토 자몽 같은 채소밭이 계속 이어진다. 오른쪽 다랑이 밭은 고즈넉하게 펼쳐져 있고 밭에는 멀리서 봐도 파릇파릇 봄풀이 자라고 그 밑으로는 초봄 같이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여기서는 산의 나무와 풀들이 가장 겸허한 자태로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15:20. ‘富民(Fumin)’이라 표기된 톨게이트를 지난다. 입구에 파는 건지, 무상으로 서비스하는 건지 음료수, 상용약품, 비상공구를 비치하고 있는 게 특이했다.

   곤명-금전-남명으로 이정표가 이어진다.

   17:10. ‘春城路’를 지난다. 다시 곤명 시내로 돌아왔다.

   이어서 운남성 오삼계 장군이 건립한 도교사원 금전(金殿)을 찾았다. 태화궁이라고도 불리는 이 건물은 중국 4대 동전(銅殿) 중에 하나로 지붕, 기둥, 문, 대들보, 동상 등까지 2백여 톤 청동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볼거리다.

   저녁에는 선택 관광으로 운남영상가무쇼로 운남의 소수민족들의 전통 무용과 생활형태를 보여주는 공연이 볼만 했다. 전통과 현대 무용을 결합시키며 출연자의 70%가 전업배우가 아닌 지역 소수민족들이 연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