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 성 쿤밍[昆明] 여행길
청솔고개
여섯째 마지막 날 2017. 12. 23. 토. 맑음
어제 오후 5시 5분에 출발한 항공기가 11시 30분에 인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행길에서는 늘 한껏 가득 낭만을 담고 실어 나르고 맡기던 짐이었지만, 여행객이 귀환 도착지에서 이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면 바로 엄혹(嚴酷)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동행한 언뜻 스쳐간 모든 인연들과도 결별이다. 다시 일상으로 귀환. 그런데 그 짐이 내건 바로 나왔지만 동행친구 것이 거의 맨 나중에 나오다 시피해서 많이 기다렸다. 이래서 또 추억 한 장이 접어지는 것인가.
떠나올 때 예약한 밤 11시 30분 버스를 10시 40분으로 당겨서 탔다.
이제 버스 간, 속은 그냥 어둠이다. 일상으로 현실로 환원한 현재 내 마음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답답하고 절망적이다.
복합환승센터에 도착하니 새벽 2시. 고향 가는 차 시간 알아보고 왔다 갔다 하니 30분 지났다, 차는 바로 없고 첫 버스 출발이 4시 30분이다. 2시간 쯤 남았다. 비행기에서 1/3박, 공항버스에서 1/3박, 여기서부터 1/3박으로 모두 합쳐서 1박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니 이게 바로 여행길이라는 것을 실감하겠다.
잠을 청하려고 하는 의자 맞은편에 둘째가 말하던 ‘ㄱㅊ’찻집이 셔터가 내려져 문이 잠긴 체 있다. 동행친구가 이걸 보더니 갑자기 “저건 아니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신경 써준 동행친구가 고맙다. 엊저녁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한테 내 답답한 심중을 많이 토로했었다. 이런 여행길 아니고 또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토해 낼 것인가. 마음 맞는 친구와의 여행길은 이런 의미에서 치유다. 평소에 나누지 못한 많은 신상 고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때 가장 힘든 것 하나만 남겨 두고 친구에게 다 말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하는 말이다. 고맙다.
대합실이 좀 설렁했지만 남은 패딩이고 두꺼운 옷 다 껴입고 있느니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군데군데 몇 몇 여행객도 우리와 같은 처지로 웅크리고 잠을 청하고 있다. 우리는 자는 둥 마는 둥하면서 동행친구와 더 남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첫 차를 기다렸다.
우리는 차에 오르자 말자, 먼동이 트는 것도 모르고 그냥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2020. 12. 23.